(서울=뉴스1) 김정한 정수영 기자 = 무용계가 한국 전통춤의 대가 한성준 선생(1874∼1941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충남 홍성군이 제작한 홍성 묘소의 비석 그림을 성추행 비위가 드러난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에게 맡긴 것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용계 인사 등 40여명은 24일 성명을 통해 "성추행 비위 화가 참여한 한성준 춤비 즉각 철거하라!"며 "한성준탄생150주년기념 의미를 훼손한 홍성군·이애주문화재단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전통문화예술인은 홍성군과 이애주문화재단이 주관한 가운데 민중미술 제1세대를 대표하는 임옥상 화백이 한성준 선생의 비석에 그림을 새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며 "홍성군과 이애주문화재단은 공익사업의 취지를 망각한 채 한정된 인맥의 참여로 자신들만의 제막식을 거행하고, 특히 비석에 성추행 비위 전과가 있는 화가의 그림을 새겨 넣어 무용인과 순수 전통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 화백은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3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연구소 직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껴안고 입 맞추는 등의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은 "당대 최고의 전통예인으로 민족의 무형유산을 지켜온 한성준 선생의 예술정신과 명예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선생의 예맥을 계승하고 있는 전통예술인을 농락하는 행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특히, 성비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전국에 포진한 화가 임옥상의 작품들이 속속 철거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춤의 큰 스승 한성준 선생의 비석 조성작업에 해당 관련자가 버젓이 참여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저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번 사업을 추진한 홍성군과 이애주문화재단에 대해 한성준 묘비 비석의 즉각 철거와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이애주문화재단에 대해 이번 일로 국가무형유산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고(故) 이애주 명무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되지 않도록 위의 요구사항을 신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 위원 임장혁 중앙대 명예교수·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문위원 성재형 성신여대 교수·김해성 부산여대 교수·이애현 전 경북도립무용단 예술감독, 서울특별시 무형유산위원 백현순 국립한체대 교수, 충청남도 무형유산위원, 방승환 조선조악무보존회 대표, 대전광역시 무형유산위원, 임현선 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부산광역시 무형유산위원 정신혜 신라대 교수, 임웅수 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임학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오율자 한양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했다.
또한 김영숙 아악일무보존회 이사장, 이정애 한국전통춤협회 대전광역시 지부장, 김은희 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윤덕경 한국춤협회 명예이사장, 홍웅기 국가무형유산 학연화대무 전승교육사, 최정임 전 국립정동극장장, 정혜진 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유정숙 전 국립국악원무용단 예술감독, 최경자 궁중춤예술연구원 예술감독, 정혁준 전 부산국립국악원무용단 안무자, 주연희 전 이애주한국전통춤회장, 이미주 정재연구회 예술감독, 송미숙 진주교대 명예교수, 윤미라 경희대 교수, 민현주 강릉원주대 교수, 최은용 단국대 교수, 김지안 상명대 교수, 오레지나 대구카톨릭대 교수, 서연수 한양대 교수, 유지영 국립한체대 연구교수, 임관규 비손무용단 대표, 강연진 종로전통무용협회장, 엄정자 계룡산국제춤축제 예술감독, 이애리 심화영승무보존회장, 김전미 대한무용협회 계룡시지부 고문, 김연의 전통춤협회 대전광역시 부지부장, 이정진 달구벌덧배기춤보존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한성준 선생은 홍성에서 태어난 조선 최고의 무용가이자 당대 최고의 명고수로 승무, 살풀이, 태평무 등 100여 종의 전통춤을 집대성해 현대 한국 전통춤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편 이애주문화재단 관계자는 25일 뉴스1과 통화에서 "오늘(25일) '2024 한성준 춤·소리 예술제'가 시작인데, 비석은 그대로 둘 예정"이라며, 무용계 인사들의 성명서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재단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