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대 남성이 아파트 내 헬스장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렸다고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찰이 남성에게 반말하거나 퉁명스럽게 대하는 음성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용의자로 지목된 A씨가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자신의 상황을 전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 갔다. 한창 운동을 하던 중 소변이 마려웠던 그는 1층 남자화장실로 올라가 용변을 봤다고 한다.
A씨는 "다음 날 오후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났다"라며 "전날 헬스장 화장실을 이용한 한 여성이 '누군가 엿봐서 도망쳤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CCTV 속 인상착의를 토대로 나를 용의자로 특정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직접 CCTV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경찰로부터 “지금 너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나중에 연락주면 그때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아파트 헬스장 화장실은 남녀가 구분돼 있고, 남자 화장실에는 소변기가 있어 착각할 수가 없다"며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도 경찰은 이미 나를 범죄자인 것처럼 무시하고 반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난데 없이 성범죄에 연루됐다고 집 앞으로 찾아와 몹시 당황스러웠다.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법률적 조언을 받았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호소했다.
A씨는 그러면서 경찰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경찰은 A씨에게 "뭐야? 학생이야? 군인이야?", "지금 나이 몇살이야", "궁금한거 있으면 연락하고 일정은 따로 연락 줄게", "아니 너 다시 조사 받을거야" 등 반말을 했다. 또 A씨가 손을 떨며 신분증을 꺼내자 "천천히 해도 돼. 뭐 손을 떨어"라고도 말했다.
경찰이 다녀간 다음 A씨는 자신의 사건 번호를 알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A씨를 응대하던 경찰관은 "떳떳하시면 그냥 가만히 계시면 돼요. 기다리세요 좀"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괜히 죄인된 기분이 들고 떨리고 그런다"라며 "최악의 경우 빨간줄 그어지고 성범죄자 취급받을 거라 생각하니 별거 아니어도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겠다 싶다"라고 녹취록을 만들고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변호사와 상담을 토대로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중 성적 목적 다중이용시설 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더라"라며 "변호사가 말하기를, 피해자가 자신과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타인을 무고죄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신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한다"라며 심적 압박감을 털어놓았다.
이같은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찰은 왜 툭하면 반말이냐",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어디 갔냐", "화가 난다", "조용히 넘어가면 안 된다", "여성이 A씨를 찍어서 신고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특정한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경찰의 응대방식에 대한 항의가 쏟아지자 지난 26일 입장문을 냈다.
경찰은 "최근 신고자(여성)로부터 ‘불상의 남성이 여자 화장실 용변 칸에 들어와 여성을 훔쳐봤다’라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경찰은 신고처리 절차대로 신고자와 피신고자를 만나 진술을 청취했다. 이후 CCTV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이어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신고처리 과정에서 경찰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