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두 딸 보면 눈물" 밀양 성폭행 가해자, 판결문 보니..

2024.06.27 05:31  

[파이낸셜뉴스] 20년 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A씨가 자신의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한 가운데, 그의 주장과 반대되는 당시 판결문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외제차 공식 판매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밀양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자로 오해받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임씨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법을 어기는 각오로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한다"며 "해당 범죄수사경력회보서는 실효된 형을 모두 포함하며 제출이나 게시했을 때 징역 2년 이하의 벌금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가 공개한 범죄·수사경력 회보서에는 그의 이름과 1986년으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조회 결과 해당 자료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발급 날짜는 이달 24일이다.

범죄경력회보서에는 즉결심판을 제외한 모든 전과가 기재된다. 따라서 임씨가 첨부한 회보서만 본다면 그는 범죄 관련 그 어떤 수사도 받은 적이 없는 셈이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러웠다.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났다"라며 "그때마다 가족들, 친구들, 선후배님들 모두 큰 힘이 돼줬다. 심지어 회보서를 조회해 주시는 담당 경찰관도 힘내라며 제 등을 토닥여주셨다. 이러한 응원 덕분에 정신을 가다듬고 입장문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저와 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해서 법적 대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초과하는 벌금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고 부연했다.

이후 이후 온라인에서 그의 이름이 적힌 ‘판결문’이라는 문서 일부가 공개되면서 이 남성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해당 문건의 원문을 확인한 결과, 이는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였으며, 가해자로 몰린 남성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임모(38)씨는 울산지검으로부터 2005년 1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앞서 임씨는 유튜브 ‘밀양더글로리’, ‘케랑이’, ‘이슈뱅크’, ‘밀양담당관’ 등으로부터 밀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후 임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고 “실효된 형을 모두 포함한다”고 했다. 임씨가 공개한 문서에는 그의 이름과 1986년으로 시작되는 주민등록번호, ‘해당 자료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가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한 건 범죄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자 한 유튜버는 ‘판결문’이라며 임씨의 이름과 당시 밀양 사건 혐의 내용 일부가 적힌 문건을 공개했다. 임씨의 블로그에는 “판결문에 이름 적혔던데 거짓말 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줄이었다.

하지만, 유튜버가 판결문이라고 공개한 문서는 검찰의 ‘불기소 이유 통지서’였다. 불기소 이유를 밝히기 전 피의자들이 받은 혐의 내용을 먼저 적는데, 유튜버가 이 부분만을 잘라 ‘판결문’이라며 마치 임씨가 유죄 처분을 받은 것처럼 착각하게 한 것이었다.

원문 내용을 모두 살펴보면, 임씨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고소인의 적법한 고소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이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밀양 사건을 수사했던 울산지검은 범행에 적극 가담한 피의자 10명을 기소하고, 20명은 소년부로 송치했다. 임씨처럼 고소 대상이 아니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이들에게는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와 합의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이들은 임씨와 불기소 이유가 달랐다. “고소인이 피의자들과 합의서 제출하여 고소 취소해 공소권 없음”이라고 적혔다. 당시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였다.


임씨는 해당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 대해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로 인해 유튜브에서 ‘판결문’이라며 문건이 공개됐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 측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회사에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며 “제 가족까지 마녀사냥당하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