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교제하던 여성에게 엽산이라고 속이고 낙태약을 먹인 것도 모자라 기혼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동의 낙태,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09년 만난 배우자와 2015년 11월에 결혼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피해자 B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A씨는 B씨가 임신을 하자 "탈모약을 먹었으니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며 낙태를 하게 했다.
2021년 6월 B씨는 두 번째 임신을 하게 됐고, "결혼할 예정이니 임신을 유지하겠다"며 A씨의 '낙태 종용'을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인터넷으로 산 낙태약 6알 중 4알을 엽산이라고 속이며 이틀에 걸쳐 B씨에게 먹여 낙태하게 했다.
같은 해 12월 A씨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B씨에게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가 위독하다' '신혼집을 구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거짓말을 해왔다.
급기야 A씨는 결혼식 이틀 전 코로나19에 걸렸다며 식을 취소시켰고, 이에 B씨는 A씨를 의심하게 됐다. 그리고 뒤늦게야 A씨가 아이가 있는 기혼자임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를 만나 이를 무마하려고 했지만 만나 주지 않자 "나한테 너무너무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남아 있다. 나 잠깐 보면 못 웃을 거다. 인터넷 슈퍼스타 될까 봐"라는 내용의 협박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7년이 넘는 기간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면서 피해자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결혼식이 거듭 취소되고 두 차례 태아를 잃는 경험을 하게 됐다"며 "그것이 엽산을 가장해 피고인이 준 약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은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은 이보다 줄어든 징역 1년 2개월이 선고됐다. A씨가 2심에서 B씨에게 15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감안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