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16일 종영한 MBN 토일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박철, 김지수/연출 김진만, 김상훈)는 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청춘남녀의 우여곡절 운명 개척 도주기를 다룬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다. 운명의 장난으로 얽힌 세자 이건(수호 분)과 예비 세자빈 최명윤(홍예지 분)은 자신들을 둘러싼 음모를 해결한 뒤, 조선의 평화를 찾고 해피엔딩을 맞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덕분에 1%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4%대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극에서 홍예지는 어의 최상록(김주헌 분)의 고명딸 최명윤으로 분했다. 아버지를 따라 의술에 소질을 보이는 데다 무술까지 소화하는 최명윤은 전통적인 조선시대 여인상과는 다른 인물. 소위 '남편 잡아먹을 사주'를 타고나며 최상록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발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명윤은 이에 순응하기보다 본인이 나서서 운명을 개척하려 하고, 아버지의 민낯을 알아낸 뒤 괴로워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모든 일을 바로잡는다. 홍예지는 당찬 '욕쟁이 아씨'가 성장통을 겪고 내면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시청자들 역시 홍예지가 표현하는 감정의 진폭을 따라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홍예지에게도 '세자가 사라졌다'는 도전이었다. 전작 '환상연가'에 이어 또다시 사극에 출연한 데다, 20부작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 처음엔 부담감도 느꼈지만 제작진과 배우들의 도움으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또한 어려운 일들을 해내면서 배우 홍예지 역시 또 다른 자신을 만나고, 훌쩍 성장할 수 있었다는 반가운 후일담도 전했다.
'프듀 48'로 얼굴을 알린 뒤 배우로 전향한 홍예지는 지난 4년 동안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끝없이 본인을 증명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홍예지, 앞으로도 부족함을 채우면서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세자가 사라졌다'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작품을 마친 소감은.
▶(대본을 보고) 잘될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달까지 촬영하고 이제 쉬는 중인데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다만 아직은 명윤이를 보내진 못한 것 같다. 애정했던 장면이 나오면 눈물 나고…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드라마의 결말에는 만족하나.
▶명윤이가 이건과 결혼하고 같이 의원을 차리게 되는데, 꿈과 사랑을 모두 잡은 해피엔딩인 것 같아 만족한다. 특히 초반에 철없던 명윤이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점점 성장해서 그걸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20부작으로 호흡이 긴 드라마다. 부담되진 않았나.
▶촬영을 6개월 정도 했는데, 20부작 치곤 기간이 짧은 편이라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환상연가'가 끝난 뒤 열흘 정도 쉬고 바로 촬영을 시작한 거라 체력적으로는 좀 힘들어서 마인드 콘트롤을 잘 하려고 했다.
-전작 '환상연가'에 이어 또 사극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작품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전까지는 오디션을 봤다면, '세자가 사라졌다'는 처음으로 출연을 제안받은 작품이다. '환상연가'도 사극이었어서 차기작은 사극을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대본을 보니 이야기가 너무 촘촘하고 재밌더라. 그래서 생각을 바꿔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연이은 사극 출연이 부담된 건 사실이지만,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나도 '세자가 사라졌다'에만 집중하고 연기하려 노력했다.
-극에서 최명윤은 세자 이건에겐 호의적이지만, 역시 자신을 좋아하는 도성대군은 단호하게 밀어낸다.
▶현명하면서도 바른길만 가는 이건은 명윤이가 지켜주고 싶은 존재다. 반면 (명윤이를 좋아하는) 도성대군에게는 틈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성의 마음을 집착을 치부하는 건 개인적으로 마음 아프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형제인 세자와 도성대군의 사이가 틀어져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단호한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흔들리는 건 시청자여야지, 명윤이는 안 된다고 귀띔해 주셨다.
-세자를 연기한 수호, 도성대군을 연기한 김민규와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두 분과 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성격이 다르다. 수호 선배님은 평소엔 장난을 치시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내가 불러도 못 들을 정도로 집중하신다. 또 고민 상담을 하면 진중하게 들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괜히 13년 차가 아니구나' 싶었다. 김민규 선배님과는 1살 차이라 티격태격하는 사이다. 둘 다 '프듀' 시리즈 출신인데, 우리끼리 뜨거운 감자가 '미디어 노출을 먼저 한 사람이 선배냐, 작품을 먼저 한 사람이 선배냐'였다. 근데 작품이 먼저라는 논리에 져서 민규 선배님이 됐다.(웃음)
-극에서 명윤이는 부친 최상록과 대비 민씨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취급당한다고 느껴졌다. 이후 아버지와 대척점에 서야 하는 명윤이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고 연기했는지.
▶처음 아버지와 대비의 사랑을 알았을 때 명윤이뿐만 아니라 실제 나 역시 화가 나 잠이 안 올 정도였다. 이후 아버지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되겠다 싶었다. (부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친딸이 맞냐'라고 하시더라.(웃음) 나는 아버지가 명윤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딸에게 무뚝뚝하지만, 명윤이를 살리기 위해 세자를 칼로 찌르려고까지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대비만큼 명윤이를 사랑한다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김주헌, 명세빈 등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은 부분이 있는지.
▶명세빈 선배님은 대기실로 오셔서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나를 보고 데뷔 초 본인을 보는 것 같다면서 많이 챙겨주셨다. 김주헌 선배님은 연기할 때 카리스마를 발산하시는 게 의아할 정도로 너무 다정하신 분이다. 연기할 때도 배울 점이 많고, 시너지도 좋아서 아버지와 연기하는 날이 있으면 손꼽아 기다렸다.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