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드라마가 '마약'에 중독됐다.
지난달 처음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의 주요 소재는 마약이다. 마약을 수사하는 형사가 마약에 중독된다는 주요 설정을 토대로,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도와 촘촘한 수사 스토리를 선보인다.
주인공이 마약 범죄를 수사하는 드라마는 많았지만 '커넥션'은 주인공도 마약에 중독된 점을 차별점으로 삼았다. 이에 드라마에는 수많은 장면이 마약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마약에 중독되어 가는 에이스 형사 재경을 연기하는 지성은 실감 나는 연기로 '약들린 연기'라는 전례 없는 독특한 평가를 끌어내기도 했다.
'커넥션'을 연출하는 김문교 감독은 주인공의 '마약 중독' 설정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오락용으로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윤리로 고민했다, 마약이 주는 순간적인 쾌감을 보여주는 것보다 병증으로 보일 수 있게 하고 과감해지자고 판단하면서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커넥션' 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속 마약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tvN 새 월화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에서도 대형 연예 기획사와 얽힌 클럽 마약 사건 에피소드가 전개됐다.
교통 범죄수사대 이야기를 다룬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도 중반기를 지나며 등장한 표정욱(강기둥 분) 에피소드에서 마약범죄가 등장했다. 표정욱이 은폐한 범죄를 파헤치는 수사대의 에피소드. 표정욱이 마약을 투약하고 광란의 질주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하이라키'는 10대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내용이 나온다. 최상류층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내의 서열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 흡연, 음주 등 10대들의 '비행'이 주를 이루는데, 마약을 유통하는 내용도 나와 드라마의 자극성을 더욱 높인다.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쏟아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장르물 드라마의 비중이 많아진 만큼, 사회를 반영한 소재가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히기도. 그러나 수많은 마약 소재 드라마 속에서 차별화를 위해 더 깊고 '다채로운' 마약의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한 에피소드를 넘어 주요 인물과 깊이 얽힌 점이나 제조 투약 유통 등 마약 범죄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내용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드라마의 자극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다수인 점도 짚어볼 문제다.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업계에서는 마약 소재의 드라마가 콘텐츠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장르물 선호가 꾸준한 상황에서 마약 소재 에피소드를 다룬 대본이 많이 나오고 있다"라면서 "표현 방식에 있어서 마약 범죄의 어떤 면을 다룰지,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여줄지 제작진의 비판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