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 대란이 벌어졌다. 특정 택배 기사를 차별한 입주민의 민원으로 관리실 앞에 배송물이 쌓이게 됐다는 사연이다.
1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포에 있는 XX 아파트 택배 대란' 등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글쓴이 A씨는 "한 택배 기사가 '저상택배차량이 아닌 차량은 지상 출입을 하지 말아달라'는 입주민 민원을 받아 400만원을 들여 탑차를 저상차로 개조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개조 완료 후 다시 진입하려는 찰나, 다른 택배차가 지상으로 출입하는 걸 목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본 택배기사는 차별받는 것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관리실 앞에 모든 배송물을 내려놓은 뒤 뒤 입'주민들이 직접 찾아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사진을 보면 글쓴이가 첨부한 사진에는 아파트 관리실 앞에 상자가 가득 쌓여 있다.
저상차는 탑승칸이나 대차의 높이를 낮게 만든 차량을 뜻한다. 특히 저상 화물차는 높이가 낮아 전고 2.1~2.2m 수준인 일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출입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저상차는 일명 '택배 대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아파트 입주민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모든 택배차를 저상차로 개조하거나, 혹은 아파트에 진입하지 말고 수레에 소포를 실어 배송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지난 2021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막자, 일부 택배기사들이 개별 배송을 중단한 뒤 아파트 입구에 물건을 쌓아두었다. 2018년에도 경기 남양주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이 금지되며 택배 회사 및 기사들이 반발했다.
앞서 2018년 전직 택배 기사가 작성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 따르면 저상택배차량의 경우 기사들이 직접 허리를 숙이고 물품을 옮겨야 해 스트레스와 체력소모가 뒤따른다. 실제로 2021년 택배노조가 실시한 조사 결과 일반·하이탑차에 비해 저상탑차 사용 택배 기사가 더 높은 비율로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다.
또 물건 적재 시 편리성과 비용 면에서도 저상차보다는 일반 차량이 더 효율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런 탓에 택배 대란이 불거진 김포 아파트 단지에 대한 사례를 접한 누리꾼들은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을 비판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도 택배 기사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모인 카페에서 한 입주민은 "문 앞 배송이라는 편의를 누리며 무턱대고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상에서 마구잡이로 차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대씩 지나가던데. 몇 년 전 택배 대란으로 시끄러웠던 이기적인 아파트가 되지 않길"이라고 적었다.
다른 이들도 "갑질 좀 그만해라. 아파트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이다" "지하로 출입하면 택배 옮기기 힘들어진다. 이건 순전히 주민들 잘못이다. 제가 다 죄송스럽다" 등 반응을 보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