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의 한 15층짜리 아파트가 엘리베이터 정밀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승강기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운행이 재개되려면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11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지난 5일부터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했다. 정밀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600여 세대가 사는 8개 동 엘리베이터 24대가 일제히 멈췄다.
고령의 거주자는 지난 일주일간 아예 외출을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12층에 사는 80대 김준열 할머니는 진료가 예약된 병원에 다녀온 후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할머니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앉고, 쉬고, 오르는 것을 반복했다. 그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 살 수가 있느냐"며 "입이 다 바싹바싹 마르고 죽겠다"고 토로했다.
실내에서도 보행 보조기를 쓰는 5층 이순덕 할머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택배는 물론 음식 주문 배달도 끊겼다. 엘리베이터 부품 수급이 늦어져 공사를 하려면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가 엘리베이터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도 불합격을 받았는데, 조건부로 연장 운영해 오다 결국 전면 중단 사태를 맞았다.
지난 2017년 승강기 관련법이 개정되면 법 개정 이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들이 한층 까다로워진 정밀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는 상황.
이에 수리 계획을 제출한 곳에 한해 엘리베이터를 임시 운영하게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