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경찰입니다.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심 모 씨의 손에는 느닷없이 수갑이 채워졌다. 상대는 자신을 강력계 형사로 근무 중인 경찰관이라고 밝혔다. 어안이 벙벙했다. 상대는 원래 아르바이트생으로 알고 지내던 박 모 씨(38·남).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소개하더니 수갑을 채우는 게 아닌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박 씨가 내민 신분증도, 수갑도, 말투도 어딘가 어설펐다. 알고 보니 박 씨의 경찰 공무원증은 '그림판'으로 위조한 것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초순쯤 서울 주거지에서 윈도 '그림판'을 이용해 자신의 증명사진과 이름을 넣고 경찰 공무원증을 위조했다. 뒷면에 일련번호도 집어넣고, 소속란에는 경찰청, 직위·직급란에는 '무도 사범(별정직)'이라고 채워 넣었다. 경찰청장 명의로 된 직인 파일도 붙여 넣었다.
이후 박 씨는 지난해 8월 5일 오후 11시 13분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호텔 건물 휴게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게 된 심 씨에게 자신을 강력계 형사로 소개하며 위조한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경찰관을 사칭했다. 이어 미리 갖고 있던 수갑을 꺼내 심 씨의 오른쪽 손목에 채웠다.
하지만 결국 박 씨의 정체는 탄로 났고, 박 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공문서위조, 위조문서행사,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4개 혐의가 박 씨에게 꼬리표처럼 붙었다.
그러나 박 씨는 이것도 죄가 되냐며 자신의 일부 혐의를 재판 과정에서 다퉜다. 박 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경찰 공무원증을 위조, 행사해 경찰관을 사칭하고 수갑까지 사용한 것으로, 범행 수법 및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존재한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일부 범죄에 대한 성립 여부를 다투고 있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한옥형 판사가 밝힌 박 씨의 양형 이유다.
박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벌금 10만 원이 선고됐다. 박 씨가 심 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