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학생들의 상의를 탈의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 100여명이 상의 탈의…청진은 남자 의사가
30일(현지시간)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0일 요코하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이 진행됐다.
당시 이 학교에서는 남성 의사가 청진기를 이용해 아이들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4~6학년 남녀 학생 약 100명이 상의를 탈의한 채 진찰을 받았다.
검진 전 몇몇 여학생은 옷을 벗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결국은 검사인원 전원이 검사 전 상의를 벗었다.
이후 검진을 받은 한 여학생의 학부모가 SNS에 남의사가 진찰하는데 여자아이까지 상의를 벗도록 한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상의 탈의 건강검진 논란'이 불거졌다.
학교·학부모 입장 차…"의사가 판단해야" vs "아이 인권 고려해야"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1월 전국 교육위원회에 보낸 통지에 따르면, 아동·학생 건강검진을 진행할 경우 학교 측은 검사·진찰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체육복을 입도록 지도해야 한다.
피부나 심장 등의 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체육복 안에 청진기를 넣어 진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학생과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학교 측은 사건이 불거지자 각 가정에 “옷을 벗고 상반신을 검사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는 “학교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학부모에게 미리 알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학부모 측 입장은 달랐다.
의료윤리 전문가인 고다마 사토시 교토대학 교수는 “문부과학성이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지자체와 학교가 일관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옷을 입는 것에 따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부모와 학생이 어떻게 건강검진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