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행 피해 6층서 뛰어내린 직장 선배 약혼녀 다시 끌고와서…

2024.05.29 05:00  
2019년 5월 29일 강간 및 살인 혐의로 구속된 A 씨가 이틀전인 5월 28일 아침 선배 약혼녀 B 씨 집에 빨간 모자를 쓴 채(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찾아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B 씨가 이를 피해 6층에서 뛰어내리자 옷을 갈아입고 수건을 뒤집어쓴 채 1층으로 내려가 피해자를 다시 끌고와 재차 성폭행을 시도했다. (CCTV= 순천경찰서, KBS 스모킹건 갈무리) ⓒ 뉴스1


전남 순천경찰서는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회사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A 씨(36)를 2019년 6월 5일 오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송치했다.2019.6.5/뉴스1 ⓒ 뉴스1 DB


ⓒ News1 DB


피해자 유족은 2019년 6월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형시켜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성폭행을 피해 6층에서 뛰어내린 여성을 1층까지 뛰어 내려가 끌고 온 뒤 다시 성폭행을 시도한 36세 남성이 있었다.

그것도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으로 옥살이하고 나온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도저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점을 우려한 검찰도 사건 발생 6년여 전 '재범 우려가 있다'며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성도착증 환자, 즉 변태성욕자가 아니라며 물리쳤다. 성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보다 변태성욕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본 법원 판결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 징역 10년 이상 강간 치사로 구속…국과수 '질식사' 판정, 무기징역 이상 강간 살인으로 혐의 변경


5년 전 오늘인 2019년 5월 29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36살 A 씨에 대해 경찰이 강간치사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이틀 전인 5월 27일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 순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회사 선배의 약혼녀 B 씨(43)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려다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 씨 사인이 추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질식사임을 밝혀내자 검찰과 경찰은 A 씨 혐의를 훨씬 엄중한 강간 살인으로 변경, 재판에 넘겼다.

강간치사는 징역 10년 이상 무기징역이지만 강간 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 2가지 밖에 없다.





◇ 인생 자체가 성폭행…18살 때 첫 범행, 징벌 5~7개월 뒤 성폭행 충동 못 이겨


A 씨는 B 씨에게 몹쓸 짓을 하기 전 이미 3차례나 성폭행 전과를 갖고 있었다.

18살 때인 2001년 19살 여성을 성폭행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형을 선고받았던 A 씨는 집유가 끝난 지 6개월 만인 2007년 주점 여종업원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했다.

이번엔 실형살이를 한 A 씨는 만기출소 5개월만인 2013년 초 또 술집에 갔다가 성욕이 발동해 여종업원을 성폭행, 다시 5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 당시 검찰은 A 씨가 성충동을 이길 수 없는 상태라며 화학적 거세를 청했으나 법원이 "화학적 거세는 인권과 관계있는 만큼 신중해야 하고 성도착증 환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 출소 후 전자발찌 착용 명령만을 내렸다.


◇ 전자발찌 차고 출소 7개월 만에 또…그것도 선배 약혼녀를

전자발찌를 찬 채 출소한 A 씨는 7개월여가 흐른 2019년 5월 26일 밤 성충동을 참을 수 없어 뜬눈으로 보낸 뒤 27일 새벽, 빨간 모자 차림으로 B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갔다.

오전 5시 50분쯤 "선배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며 문을 두들긴 A 씨로 인해 잠에서 깬 B 씨는 문을 열어준 뒤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믹스 커피나 한잔하시고 돌아가시라'며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가 오전 6시를 막 넘기던 순간이었다.

B 씨는 A 씨가 자기 목을 조른 뒤 성폭행을 시도하자 완강히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덮치려는 짐승 피해 6층에서 뛰어내려…화단 덕에 살았지만 더 끔찍한 악몽이

A 씨로 인해 잠시 정신을 잃었던 B 씨는 A 씨가 또다시 덮쳐 오자 6시 15분 베란다 쪽으로 간 뒤 6층에서 뛰어내렸다.

화단에 심겨 있던 나무 덕에 B 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선배 옷으로 갈아입은 A 씨는 엘리베이터 CCTV를 의식,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9분여 뒤 1층으로 내려가 화단에 떨어져 있던 B 씨를 끌고 다시 6층으로 올라왔다.

이후 A 씨는 죽어가는 B 씨를 또 덮쳤다.

경찰 수사에서 A 씨는 "두 번째 성폭행 시도는 실패했다"며 연속 성폭행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 가족 신고로 수사 착수…선배 옷 입어 순간 수사 혼선, 곧 후배 짓임이


A 씨가 오전 8시쯤 아파트를 떠난 뒤 2시간여 뒤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B 씨 가족이 아파트를 찾았다가 안방에서 숨져 있는 B 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CTV에서 B 씨를 끌고 온 이가 약혼자로 여겼으나 곧 A 씨가 옷을 바꿔입었다는 사실을 확인, A 씨를 검거했다.

처음 A 씨는 "성폭행은 시도했지만 죽이진 않았다. A 씨가 뛰어내렸을 뿐이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일단 강간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국과수가 직접적 사인이 '질식사'라고 통보해 오자 혐의를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 사이코패스로 판명…유족 사형 청원에도 1심 2심 모두 무기징역

A 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에서 40점 만점에 29점으로 나타나 사이코패스 진단(한국과 영국은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 일반인의 경우 15점 내외)을 받았다.

역대 흉악범, 엽기 살인마 중 유영철이 38점으로 가장 높았고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연결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28점, 아내와 장모 등 10명을 죽인 강호순 27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25점을 받았다.


유가족들은 "A 씨가 끌고 올라갈 때만 해도 B 씨 입술이 움직이는 등 살아 있었다. A 씨가 119에 신고만 했어도 살았다"며 분노를 표출하면서 2019년 6월 4일 "A 씨를 사형시켜 달라"는 국민 청원을 올려 20만 명에 이르는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2019년 10월 17일 1심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이어 2020년 2월 20일 2심인 광주고법도 "죄질이 무거워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A 씨에게 무기징역 형을 선고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