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814만 5060분의 1.'
45개의 숫자 중 순서와 상관없이 6개의 숫자를 맞혀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길을 가다 벼락에 맞을 확률 '1만 5300분의 1'보다도 어렵다는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그 끝은 비참하고 참혹했던 한 남성이 있다. 이 남성 A 씨(당시 58)는 친동생 B 씨(당시 50)를 살해한 죄로 차디찬 감옥에서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사건은 살인사건 가해자가 과거 로또 1등 당첨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사연은 이랬다.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A 씨는 전북자치도 전주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됐다. 세금을 제외하고 총 12억 3000만 원 상당을 수령한 A 씨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도움을 줬다. 남동생 B 씨에게는 1억 5000만 원을 주고, 누이와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 원을 줬다. B 씨는 형이 준 돈을 보태 집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A 씨는 나머지 7억원 중 일부를 투자해 동생과 함께 정읍에서 정육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그만큼 형제간 우애가 깊었다.
하지만 불행은 서서히 찾아왔다.
평소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었던 A 씨는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실제 A 씨는 7억원 가운데 상당 액수를 친구들에게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A 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A 씨는 로또 1등 당첨에도 불구하고 전셋집에 살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A 씨는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고 동생 B 씨에게까지 손을 벌렸다. 우애가 깊었던 동생은 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A 씨는 1년 안에 갚기로 약속하고 B 씨의 집을 담보로 47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리고 대출받은 돈을 친구에게 빌려줬다. 하지만 돈을 빌린 친구는 얼마 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친구가 잠적하자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고스란히 A 씨의 몫이 됐다. A 씨는 월 25만원 상당의 이자를 갚아나갔다. 하지만 운영하던 식당이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매달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B 씨는 그런 형을 처음에는 이해했다. 하지만 은행의 빚 독촉이 계속되자 다툼이 잦아졌고, 그렇게 형제간의 갈등 골은 깊어져 갔다.
그러던 중 2019년 10월 11일 오후 B 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에 A 씨는 크게 분노했다. 이자 지급 문제로 다투다 동생으로부터 "당신은 양아치야, 형도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A 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A 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품속에 흉기를 소지한 채 정읍에서 전주까지 운전해 B 씨를 찾아갔다. 그리고 친동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A 씨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등 혐의로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도 모자라 피해자를 찌르고도 구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계속해서 피해자를 해치려고 했다"며 "피고인은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이 너무 중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직후 피해자의 아내와 자녀는 헤어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면서도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이후 피해자 가족에게 진정한 사과와 위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처를 탄원하는 합의서가 제출된 점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다가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