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한 영상에서 "중국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며 중국을 동경하는 모습을 보인 러시아 여성들은 실제 사람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금발의 젊은 러시아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들 영상에 대해 "인공지능(AI) 도구로 만든 딥페이크(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라고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타샤, 소피아 등의 이름을 가진 여성들은 영상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 남편을 위해 요리와 빨래를 하고 아이를 낳으면 기쁠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 남성들은 술에 취해있으며 게으르다고 불평했다. 이들은 중국 사회와 기술에 대한 칭찬도 늘어놓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 우크라이나 여성은 크렘린궁을 배경으로 중국어를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 여성은 자기 얼굴 사진을 도용한 계정 수십 개를 발견했다면서 "역겨웠고 자율성이 침해된 기분"이라고 했다.
매체는 "AI 도구가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며 "실제 영상의 짧은 샘플을 사용해 비교적 쉽게 딥페이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여성들이 등장하는 딥페이크 영상 중 일부는 물건을 팔 때 이용되거나 단순히 중국을 찬양하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런 영상은 수십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최근 SNS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초기엔 "옛 소련은 종종 '큰 형님'(大哥)으로 불렸고 중국은 무기와 자금, 정치적 지원을 위해 소련에 의존했다"면서 "이제 많은 면에서 역할이 뒤바뀌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몇 주간 문제의 영상들을 찾는 게 어려워졌지만 '러시아의 큰 형님'이라는 중국의 새로운 위상에 대한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자부심은 깊어지고 있다"며 "가짜 러시아 여성들이 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