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익산=강인 기자】 성희롱 가해자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처벌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북 익산시청에서 벌어지고 있다.
13일 익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내부에서 불거진 성 비위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들이 공개적인 제보를 꺼리기 때문이다. 성범죄라는 특수성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피해 접수 독려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 익산시 내부 온라인게시판에는 여성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언행과 가스라이팅을 하는 간부가 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작성자는 "오랜 기간 소리 내지 못해 부끄러웠던 일을 용기 내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며 "저에게는 수년 전 일이었지만, 아직도 그의 이름을 들으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썼다.
그는 "그(가해자)의 표적은 주로 당시 저처럼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여직원"이라며 "처음엔 메신저로 '나는 ∼이다. 힘들지는 않냐?'면서 접근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너희 동기들을 제치고 승진하려면, 그리고 국장까지 가려면 나 같은 멘토를 잡아야 한다'면서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며 "어렵고 낯선 직장생활에서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해당 상사는 점차 늦은 밤 전화를 비롯해 듣기에도 불쾌한 가십거리, 불쾌한 신체 터치, 술 강요, '집에 아픈 아이가 있어서 각방 쓴다'는 등 부적절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논란이 일자 익산시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정헌율 익산시장은 "시장으로서 편안하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마땅한데 정말 유감스럽다"며 "시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우리 직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괴롭힘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피해상황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에 누구도 접수하지 않으며 논란은 조용히 묻히고 있다.
폭로 글에서 알 수 있듯 익산시 내부에서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되는 간부 A씨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기에 익산시 내부 직원들이 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해사실을 밝히고 처벌을 요구하는 직원이 나오지 않아 징계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정상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산시 관계자는 "A씨가 어떤 사람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피해 접수가 되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누군가 용기를 내 준다면 곧장 징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해당 성 비위 외에도 다른 비리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