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젊은 나이에 은퇴한 전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가 법정에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사과를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1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공판에는 피해자 중 한 명인 전 축구선수 유연수씨가 직접 출석해 재판을 지켜보고 발언했다. 유연수는 “제가 사과를 원해도 받지 못한 것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치료 상황에 대한 판사 질문에 유씨는 “계속 재활치료 중이다. 재활은 거의 평생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연수에 따르면 가해자는 사고 발생 1년6개월여가 지난 이날까지도 그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신 공탁금과 합의 의사에 대한 언급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유씨는 이날도 받지 못한 사과에 “화가 많이 났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하는 데 아직도 사과가 없다. 무표정으로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런 비판에 A씨의 변호인은 A씨 가족이 집을 처분하는 등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합의 기회 등을 주기 위해 내달 14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40분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의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몰다가 차량을 들이받아 탑승자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차량에는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인 김동준·유연수·임준섭과 트레이너 등이 타고 있었다. 유씨는 하반신 마비 등 치명적 상해를 입어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으나 결국 25세의 젊은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