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신기록 위해 고용" 케냐 금메달리스트의 고백 '충격'

2024.04.18 08:41  



[파이낸셜뉴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뛰었던 케냐 선수가 중국 허제 선수의 우승을 위해 승부를 조작한 사실상 인정했다.

케냐 선수 윌리 응낭가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BBC 스포츠 아프리카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허제가 1시간 2분 33초의 중국 하프 마라톤 신기록을 깨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4명의 주자가 도움을 주기 위해 계약을 맺었다"라며 "4명 중 한명은 완주하지 못했고, 허제도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다"고 했다.

응낭가트는 "나는 사실상 허제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이었다"라며 "나는 승부를 겨루기 위해 베이징에 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허제가 1시간 3분 4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케냐 응낭가트와 로버트 키터,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 등 3명은 나란히 허제보다 딱 1초 뒤져 공동 2위로 들어섰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당시 대회 영상을 보면, 앞서 달리던 케냐의 로버트 키터와 응낭가트, 에티오피아 데제네 비킬라는 결승선을 앞두고 붉은색 옷을 입은 허제 선수를 돌아보더니 속도를 늦췄다.

허제가 이들 가까이 따라오자 한 선수는 먼저 가라는 듯 손짓하기도 했다. 또 허제 옆에서 뛰며 다른 아프리카 선수들이 앞서가는 듯 보이자 팔을 뻗어 이를 제지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앞서 응낭가트는 승부조작 논란이 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면서도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고 말했으나 이를 번복한 것이다.

허제 선수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지난달 우시에서 열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는 2시간6분57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중국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여름 파리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이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AFP에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세계육상연맹은 BBC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베이징 하프 마라톤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맹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