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탈색 시술 받은 20대 男, '쪽지' 2장 남기고 맨발로 달아났다

2024.04.15 09:43  

[파이낸셜뉴스] 미용실에서 탈색 시술을 받은 고객이 돈을 내지 않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JTBC 사건반장은 탈색 시술을 받은 남성 고객에게 '먹튀'를 당한 미용실 원장의 사연을 전했다.

서울 수유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지난 9일 혼자서 미용실을 지키며 고객의 머리카락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때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고객이 들어오더니 “예약 안 했는데 탈색할 수 있냐”고 물었다.

A씨는 “지금은 손님이 있어 어렵고, 1시간쯤 뒤로 예약을 잡고 다시 오시라”고 안내했다. 이에 남성은 “예약을 한 후 기다릴 곳이 없다”며 한 시간 동안 미용실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해당 남성에게 고가의 탈색 제품으로 시술을 진행했다. 남성이 받은 시술의 가격은 총 6만 4000원이었다. 그런데 시술이 끝난 후 결제를 위해 계산대로 다가온 남성은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더니 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안을 한참 뒤졌다.

이후 남성은 A씨에게 쪽지를 들이밀더니 그대로 매장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 쪽지에는 “저는 22세이고 작가 지망생인데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돈이 없다”며 “나중에 돈 많이 벌게 되면 은혜는 꼭 갚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곧바로 따라 나갔지만 남성을 잡을 수 없었다. 남성은 신고 있던 신발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달아났다고 한다.

남성이 내민 쪽지 외에 또 다른 쪽지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공황장애가 있고 몸이 좀 안 좋지만 극복하고 있다. 원장님이 손님 말에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감동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 CCTV에는 시술 중 무언가를 적는 듯한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A씨는 “쪽지는 미리 적어 온 게 아니라 매장에서 기다릴 때 적은 것 같다”며 “원장 혼자 일하고 있는 걸 알고 계획하고 온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A씨는 경찰에 CCTV와 쪽지를 제출한 상태다. 그는 “금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머리를 해줬는데 허탈하다.
그냥 차라리 솔직하게 사정을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인근 업주들도 같은 피해를 볼까 봐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경범죄 처벌법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상습범이라면 돈을 줄것처럼 해서 서비스를 받고 돈을 주지 않고 도주한 것이니 사기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근처 CCTV와 인상착의 등을 분석해 용의자 신원과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