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 / 연출 박소연)은 공개 직후 신인들의 열연으로 단숨에 화제작에 등극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가 모두 섞여버린 그곳에서 점점 더 폭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 드라마. 지난 2월 29일 1~4회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2회씩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이달 21일 9, 10회가 공개되며 막을 내린 '피라미드 게임'의 새로운 얼굴들 중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는 황현정이다. 그는 반에서 서열 F등급을 주도적으로 괴롭히는 김다연으로 활약했다. 김다연은 피리 소리와 함께 등장, 극 초반 성수지(김지연 분)와 명자은(류다인 분)을 괴롭히는 인물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신인답지 않은 거침없고 과감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실제로 만난 황현정은 "연기지만 진짜 심장 떨렸다"고 말할 만큼, 김다연과는 전혀 다른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자신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타 배우들의 캐릭터까지 세세하고 빼곡하게 분석한 수첩에서 예사롭지 않은 노력이 짐작됐다. 모든 캐릭터의 MBTI와 특이 사항까지 꼼꼼하게 적혀있어 '피라미드 게임'에 얼마나 몰입하고 노력을 쏟았는지 짐작하게 했다.
황현정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출연 당시 주연배우인 김혜수와 김무열의 극찬을 받았던 배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혜수는 연기에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신인배우의 노력을 높이 샀다. 황현정은 김혜수와의 경험에 대해 "연기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며 "누 끼치지 않게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황현정을 만나 '피라미드 게임' 비화를 들어봤다.
<【N인터뷰】 ①에 이어>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가 많았는데, 폭발적인 연기를 계속 보여줬어야 했던 배우로서 고충이 있었을까.
▶감정이 예민한 편인데 감정을 집중적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감수성이 많이 풍부해지더라. 쉬는 날 같은 경우에는 다연이와 많이 분리하려고 노력했다. 많이 울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감독님의 디렉팅을 받고 다른 언니들의 연기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느꼈다. 정말 많이 성장하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서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많은 준비와 노력을 보여줬던 장면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10화 엔딩이다. 이 장면만을 위해 한 달 정도를 준비를 했었다. 다연이가 자살을 하려다가 아버지가 들어와서 놀라는 장면인데, 가정폭력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떤 심정일지 다른 매체들을 참고하면서 이해하려고 했다. 영화와 드라마도 많이 보면서 연구를 했던 만큼, '어느 정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기도 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년심판' 때도 남다른 캐릭터 분석으로 김혜수 배우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는데. 연기를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제가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를 너무 좋아한다. 이분이 매 역할마다 연기 분석을 다 다르게 하신다고 들었다. '소년심판' 때는 사이코패스 사례를 많이 이해하려 노력했고, '이로운 사기' 때도 천재 캐릭터이다 보니까 마인드맵 형식으로 분석을 했다. 다연이는 단순하고 충동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노트 한 권에서 두, 세권까지 정리해서 바로바로 그때그때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자극을 많이 연구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반장도 많이 하고 모범생이었다고 했는데, 어떤 계기로 배우가 됐나.
▶중학교 2학년 때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를 봤다. 시골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는데, 정말 그 삶 속에 사는 가족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가 만약 저들 중 한 명이라면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다 보니 연기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그러면서 오디션도 보고, '소년심판'을 고등학교 1학년 겨울에 찍기 시작했다.
-'소년심판'에서도 김혜수 배우가 극찬을 해서 화제가 됐었다. 그 작품 이후 다른 작품을 만나기까지 선배의 칭찬이 엄청난 힘이 됐을 것 같다.
▶제 롤모델이 김혜수 선배님이시다. 정말 현장에서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연기하는 데 정말 많은 밑거름이 됐다. 지금 다시 보면 연기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은데 너무 좋게 봐주셔서 좋은 얘기를 해주신 덕에 '피라미드 게임'과 좋은 인연이 닿은 것도 같다. 정말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현재 세종대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전공으로 택했는데, 연기과로 진학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를 배우면서 느낀 게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는 아무래도 일상적인 한 부분을 연기한다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연기적으로 뭔가 더 많이 배우고 싶다거나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또 연기 쪽으로 생각해 보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다면.
▶아무래도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다 보니까 오히려 반대로 가벼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든지, 어떤 사람의 소중한 학창 시절도 연기를 해보고 싶고, 첫사랑 연기도 해보고 싶다. 아직 연기를 많이 해본 게 아니다 보니까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큰 것 같다.
-평소 선호하는 장르는.
▶솔직히 이것도 최근에 알았다. 여태 좋아했던 작품들을 생각해 보니 다 로맨스더라.(웃음) 스릴러 장르도 좋아하긴 하는데 연기를 공부할 때 많이 보는 것 같고, 재미로만 봤을 때는 로맨스를 정말 많이 보는 것 같다.(웃음)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작은 역할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보니 더 노력해서 빨리 성장을 하고 싶기도 하다.
-'피라미드 게임'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또래 언니들과 촬영을 했다 보니까 함께 한 학년을 보낸 것처럼, 학창 시절의 기억처럼 남을 것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워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전에는 엄청 소심한 성격이라 주문도 잘 못하는데, 이제는 '피라미드 게임' 덕에 (직원을) 부를 수는 있게 됐다.(웃음)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