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대형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테러 당시의 증언이 잇따라 나오며 당시의 참혹함이 드러나고 있다.
70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모인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장에 들이닥친 테러범들은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안드레이(58)는 테러범들이 '침착한' 모습으로 혼비백산한 관객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그는 테러범이 '산책하러 나온 것처럼' 공연장 로비를 조용히 걸어 다니며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몸을 피하자 따라들어와 사격을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들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자신감 있고 침착하게 사람들에게 기관총을 쏘면서 복도를 걸어갔다"며 "산책을 나온 듯이 걸으며 총격을 가했다. 한명은 탄약이 떨어지자 멈춰서서 침착하게 탄약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2층 카페에 있었던 안드레이 부부는 2층 기둥 뒤에 숨었고 "그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당시의 두려운 심정을 설명했다.
직원들이 무대 옆 비상구를 열어 사람들을 공연장 안으로 안내했지만, 테러범들까지 따라들어온 게 문제였다. 총성이 계속됐고 두번의 폭발음이 들리더니 갈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누군가는 "불이야"라고 외쳤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이 부부는 다행히 주차장으로 몸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그들이 우릴 봤다. 한명이 돌아와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렸고 죽은 척 했다.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테러범이 바닥에 쓰러진 시신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며 "내 옆에 누워있던 여자아이는 죽었다"고 테러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 시작 몇 분 전에 발생했다. 많은 이들이 처음엔 총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리야 무라비요카(38)는 당시 남편과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중이었다. 그는 공연 시작 5분 전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며 "아마도 밴드가 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남편이 도망쳐 숨으라고 말했고, 다행히 살아남았다.
7살짜리 딸과 크로커스 단지 내 호텔에 머물고 있던 다리아는 보안요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처음엔 방에 몸을 숨기고 옷장을 밀어 문을 막았다.
그러나 탈출하기로 마음먹고는 보안요원의 안내로 뒷문을 통해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33명이다. 시신 수색이 진행 중이고, 생존자 중에 위중한 사람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