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손연재에 "성적 조작 수혜자" 댓글 단 누리꾼, 명예훼손죄 취소된 이유

헌법재판소까지 간 '리우올림픽 댓글'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소유예 처분 취소
전체 맥락 못본 검찰의 무리한 기소 지적

2024.03.08 14:03  
[파이낸셜뉴스] 전 리듬체조선수 손연재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팬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이러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손연재 리듬체조로 4위 오르자 댓글 단 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뒤의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고 이 역시 엄연한 공권력의 행사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유에 해당한다.

헌재는 "피청구인(검사)이 청구인에 대해 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라고 주문에서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8월 당시 손연재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치러진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최고 성적인 최종 4위를 기록한 후 밝힌 소감을 다룬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손 선수가 성적조작을 했다'는 취지의 악플에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 수혜자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A씨는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손연재라고 치자. ○○○ 선수도 러시아에 월 3000에 유학 갔는데 왜 성적이 고따구였지? 이번 러시아 동행단에 일본 △△△ 선수도 있었는데 비네르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왜 그 선수 결선진출도 못 시켜줬는지?"라고 댓글 달았다. 이리나 비네르는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 출신 감독으로 여러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가르친 인물이다. 성적조작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6년 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유예 처분

그러나 그로부터 6년 뒤 A씨는 손연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A씨 댓글 중 '비네르 사단의 성적조작 수혜자가 손연재'라는 부분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댓글 일부만 발췌한 내용으로는 처벌받을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 없이 2023년 3월 A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청구인은 고소인의 팬으로서 고소인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댓글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작성한 댓글 전문의 내용을 수사하지 않은 채 발췌된 일부 표현만을 근거로 청구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름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라며 2023년 5월 30일 헌재에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전체 맥락은 손 선수 응원하는 내용"

이에 헌재는 "청구인은 손 선수가 성적조작의 수혜자가 아님을 주장하면서 손 선수를 응원하는 맥락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검찰은 댓글의 전문 등에 대하여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채 발췌되어 송치된 일부 표현만을 근거로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에 이르렀다"라며 "현저한 수사미진 및 중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에 터잡아 이루어진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라고 밝혔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