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가 자신이 없으니 자꾸 움츠려들기만 하고 참 못났네요"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료나눔 받았는데 고등학교 동창이었네요'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20대 여성인 A씨는 "오늘 정말 창피한 일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데 급여가 많이 낮다"며 "집안 형편이 안 좋진 않은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독립해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월세도 비싸고, 물가도 오르고, 돈 쓰기가 너무 무섭고 해서 중고거래에서 가끔 먹을 거나 생필품 등을 나눔 받곤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먹을 거는 경쟁이 좀 치열한데 오늘 운 좋게 냉동식품과 가공식품을 많이 무료나눔으로 받게 되었다"며 "집과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아파트 단지였고 조금 늦은 시간에 올라온 나눔이지만 다른 사람한테 기회가 넘어갈까 봐 바로 가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걸어서 아파트 동앞에 도착하자, 한 부부와 아이가 나왔다.
A씨는 "나눔을 올린 여자가 폰을 들면서 당X 맞으시냐고 묻고 남자가 저한테 물건을 건네주는데 한눈에 여자 쪽을 딱 알아보겠더라.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다"며 "노는 무리가 달랐지만 그래도 꽤 친했던 친구다. 졸업하고도 계속 연락하고 지낼 정도는 아니었지만.."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쪽도 저를 알아본 건지 얼굴이 '어?'하는 표정이었는데 애써 태연하게 모른 척하고 인사하고 물건 받아 집에 왔다"며 "창피 한마음과 알아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받아온 물건 내버려두고 그냥 멍하게 계속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어차피 겹치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신기한 우연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며 "좋아보이는 아파트에서 자상해 보이는 남편과 행복해 보이는 가정을 꾸리고 사는 동창 그리고 그런 친구에게 나눔으로 먹을 것을 제공받는 나...제 처지가 갑자기 너무 씁쓸하고 비참해지기까지 해서 저녁 내내 아무것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자꾸 그런 생각만 들고..이 기분에서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마무리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눔하는데 벤츠 타고 와서 받아갔어요. 나눔 받는다고 다 가난하다고 생각 안 해요", "다 지나갑니다.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니에요", "기분 좋게 인사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