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보다 현재가 재밌고 현재보다 미래가 더 재밌을 것 같아요. 늘 똑같이 힘들고 부담이 되지만 그 과정이 싫지만은 않아요."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는 배우들의 다채로운 매력으로 가득하다. 이현우 또한 '도그데이즈'에서 비주얼부터 연기까지 이전에 보여준 적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영화를 빛냈다. 올백에 장발 머리, 외적인 변신에 이현우도 "200% 만족한다"고 흡족해했다. 잘 자란 배우의 표본으로 20년 가까이 연기해온 이현우의 또 다른 매력이 담긴 '도그데이즈'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부모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이현우 외에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했다. JK필름과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영웅'(2022)의 조감독이었던 김덕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현우는 극 중 강아지를 돌보는 데 소질이 없는 밴드 리더 현 역을 맡았다. 현은 자리를 비운 여자친구 수정(김고은 분)의 반려견 스팅을 얼떨결에 맡게 되고, 스팅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던 와중 스팅의 대디를 자처하며 나타난 수정의 전 남자친구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에게 질투를 느끼는 인물이다.
이현우와 '도그데이즈'의 인연은 그의 또 다른 출연작이기도 한 '영웅'에서 시작됐다. '영웅'의 조감독이었던 김덕민 감독이 입봉작으로 '도그데이즈'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다시 한번 인연이 이어졌다. 이에 이현우는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시나리오를) 볼 것도 없이 한다고 했다"며 흔쾌히 인연을 이어가려 했다고도 밝혔다. '영웅'에서 호흡을 한 차례 맞췄기에 "'영웅' 현장이 그대로 넘어온 느낌이었다"며 "영화가 다루는 주제나 소재도 따뜻한데 이에 버금 갈만큼 촬영 현장도 따뜻했다"고도 털어놨다.
이현우는 밴드 리더 현 역을 맡아 비주얼부터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밴드의 보컬리스트이고 기타를 치고 그래서 외향적인 이미지도 조금 평소의 모습과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냐고 하셨다"며 "저는 직업적인 특성상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올백 장발로 변신한 데 대해서는 "마음에 들었다"면서도 "보시는 분들에게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는데 지인들조차도 '이런 스타일 처음 보는데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머리는 어떻게 하게 된 거야'라고 말씀해주실 법도 한데"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첫 촬영할 때 분장팀과 함께 테스트 과정을 거쳤고, 이후 영화에서 현의 모습을 보면서도 200%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김고은과는 '영웅'에 이어 또 한번 더 호흡을 맞췄다. 김고은은 현의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현우는 "누나와 함께하게 되는 걸 알았을 때는 저만 잘하면 되겠다 했다"며 "수정이 역할이 고은이 누나였기 때문에 현이란 인물이 그 장면 안에서만큼은 다른 장면과 사뭇 다르다 느껴졌다, 고은 누나여서 제가 더 잘 표현될 수 있었다, 진짜 고마운 누나였다"고 파트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과 수정의 감정과 서사를 보여주는 노래신 비화도 언급했다. 노래와 기타를 동시에 소화해야 했고, 기타도 배워야 하는 등의 과정이 부담됐지만 김고은과의 연기 호흡으로 만족스러운 장면이 탄생했다고. 이에 대해 이현우는 "촬영장에서 고은 누나와 호흡이 편해진 후에 노래 부르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저도 사실은 그런 표정이 나올 줄 몰랐다"며 "연기를 할 때 앞에서 노래를 해준 이가 고은이 누나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호평의 공을 상대 배우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수정이란 인물을 대면해서 보니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떻게 구상을 해야지 했던 게 정말 싹 날아가고 그 순간에 몰입된 표정이더라"며 "그래서 저는 만족스럽다, 절제되지도 않고 너무 과하지도 않게 표현이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수정의 전 남자친구로는 다니엘 헤니가 출연했다. 그는 다니엘 헤니와 한 화면에 담긴 것에 대해 "1000% 부담이었다"면서도 "현이란 인물도 매력적으로 비쳐져야 했는데 헤니 형이 그만큼 멋지게 나오는 신이기에 같이 호감 있게 봐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후에 고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니엘 헤니에 대해서는 "작품을 하면서 많은 선배님들과 형들도 보고 했지만 다 매력이 다르긴 하다"면서도 "사람 자체가 너무 선하신데 마냥 선한 게 아니라 남자다움과 젠틀함이 있었다"고 감탄했다.
'도그데이즈'를 통해 스팅 역의 대형견 플루이드와 호흡을 맞춰본 소감도 이야기했다. 이현우는 "대형견을 키워보는 게 정말 로망이었는데 매력이 확실히 다르더라"며 "안았을 때의 포근함이나 충만감 이런 부분들이 다르더라, 플루이드가 정말 착하고 예뻐서 서슴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며 "(플루이드의 연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너무 착하고 예쁘니까 싫지만은 않고 더 응원하게 됐다, 그 과정이 너무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이현우는 현재 푸들 하늘이와 비글 별이까지 노견을 키우는 반려인이기도 하다. 이현우는 "'도그데이즈'가 반려견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사실 사람 사는 일상 속에 강아지가 있는 것이지 않나"라며 "영화에서 다루는 시간이 일생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짧은 시간이라 모든 걸 담아낼 수 없지만 몇 시간만이라도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고 삶 속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현우는 지난 2005년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후 매년 꾸준히 작품들을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현우는 "돌이켜봐도 이 직업을 하길 참 잘했다 싶은 마음이 크다"며 "점점 하면서 재미를 더 찾아가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릴 적엔 뭣도 모르고 시작해서 그냥 해야 돼서 했던 게 많았는데 일을 하면서 점차 저만의 생각이 확고해지기도 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보다 현재가 재밌고 현재보다 미래가 더 재밌을 것 같다, 그 미래를 찾아가기 위해 열심히 또 현재 달려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현우는 어린 시절부터 활동해온 탓에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며 "그것 때문에 만약 어떤 작품이 잘 안 됐을 때 상처나 흔들림이 심할 정도로 부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도 물론 중요하고 저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의 반응이나 업계에서의 입지도 정말 중요하지만 이젠 그것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에서 재미를 조금 더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늘 똑같이 힘들고 부담이 되지만 그 과정이 싫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시간 또한 이현우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군대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닌데 시간이 흐르고 전역하고 나서의 생각이나 삶을 들여다보면 군대 가기 전과 후로 나눌 만큼 뭔가가 있어서 신기하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현우는 "작품 하기 전부터 항상 그런 마음(새로운 걸 보여주고픈)은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게 재밌다"며 "배우라는 직업이 꼭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떠나서 그 캐릭터에 맞게 구상을 해보고 그림을 그려보고 만드는 과정도 즐겁고 흥미롭더라"고 연기에 대한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