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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조상기 "역사왜곡 논란 아쉬워…창작도 필요해" ①

2024.02.06 12:02  
배우 조상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조상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조상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 속 고려는 거란이라는 막강한 적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거란의 황제 아율융서(김혁 분)가 끊임없이 고려를 점령하겠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는 상황 속, 고려 내부에서도 분열이 존재했다. 그리고 극 중반부까지 이 분열의 중심에는 동북면 도순검사 탁사정(조상기 분)이 위치하고 있었다.

탁사정은 극 중 거란의 2차 침공 당시 서경성 전투에서 전세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함께 성을 지키던 대도수(이재구 분)에게 야율융서를 양동으로 치자고 제안하고는 자신의 살 길을 위해 도망치는 인물이다. 덕분에 대도수는 거란군에 잡혀 목숨을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현종(김동준 분)이 거란의 2차 침공을 막아내고 나서 전란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용서하자 탁사정의 얄미운 행동이 부각됐다. 바로 반성은 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자기의 자리를 더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현종을 끊임없이 압박한 것. 그렇게 탁사정은 유배를 가면서 20회부터 극에서 하차했다.

탁사정을 그려낸 배우 조상기는 인물의 얄미움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여왔던 공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뉴스1은 최근 '고려거란전쟁'의 출연을 마친 조상기를 직접 만나 탁사정과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탁사정을 통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된 조상기가 풀어놓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어봤다.

-'고려거란전쟁'에서의 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소감을 전한다면.

▶드라마가 너무 잘 되고 좋았는데 요새 외부적으로 좀 말이 많아서 걱정이고 아쉽다. 저희도 자체적으로 내부에서도 양규가 죽고 귀주대첩 전까지는 조금 시청률이 떨어질 거라고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역사 왜곡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 스태프들이나 배우들도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다. 낙마도 말이 많았지만, 사실 대도수가 거란에 끌려가서 이현운(김재민 분)을 죽이고 죽는 죽는 것도 어디 기록돼 있지도 않은 부분이다. 원래 역사에서 없던 부분을 극적으로 만든 부분들이 있는 거다. 제가 연기한 탁사정도 서경성에 와서부터 거란과 싸우기 싫어하는 인물로 그려졌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는 각색이 된 거다.

제가 탁사정이라는 인물을 연구하기 위해서 찾아보니깐 대도수가 오기 전에 지채문(한재영 분)과 서경성을 방어했던 인물이다. 서경 전투에서 적군 3000명을 대파했던 인물인데, 이후에 대도수 장군이 합류해서 싸워야하는 상황에 전세가 기울어지니깐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간 거다. 이런 인물의 모습이 조금 아귀가 안 맞지 않나. 그러니깐 아귀가 맞게 극본에서는 처음부터 약간 도망갈 모습이 있는 장군으로 그리셨더라. 흐름상 필요한 각색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고려거란전쟁'의 전개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시청자들에게 당부의 인사를 남기고픈 게 있나.

▶제가 드라마에서는 유배를 가면서 하차를 했는데 아직 많은 분량이 더 남아 있다. 지금 역사 왜곡이라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저는 창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작하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제재를 하게 되면 타협을 하게 된다. 근데 그런 타협이라는 게 창작의 문을 굉장히 많이 닫아 버린다. 대하사극으로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역사의 진실과 왜곡을 하지 말고 보여줘야 되는 건 맞지만 큰 둘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 어쨌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저는 즐거움인 것 같다. 너무 많은 간섭보다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봐주신다면 작년 3월부터 준비해서 1년 가까이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고, 지금까지 잘 만들어온 작품이 유종의미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재밌게 창작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다.

-극 중 탁사정이라는 인물이 참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는데.

▶탁사정이 욕받이가 된 게 양규(지승현 분) 장군하고 똑같은 도순검사다. 동북면 도순검사가 탁사정이고 서북면 도순검사가 양규 장군인데, 한 도순검사는 나라를 위해서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 백성들을 구하려고 하는데 한 도순검사는 자기 살기 위해서 그냥 다른 장수를 사지에다가 총알받이로 보내놓고 도망간 거지 않나. 그래서 더 욕을 먹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런 인물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현종이 용서를 해줘가지고 버젓하게 있으니깐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많이 분노하지 않았을까 싶다.

-탁사정은 현종이 용서를 해줬음에도 약간 적반하장식으로 현종을 대하지 않나, 그게 더욱 분노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탁사정이라는 인물이 아무 처벌도 안 받고 용서를 받고 화면에 나오는 것 자체로 시청자들은 얼굴을 보기 싫으셨을 거다.(웃음) '그냥 저 인물 어떻게 유배 같은 거 안 되나' 하시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으셨을 거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약간은 끌어줘야 재미가 커지고, 감정이 더 커진 상황에서 유배를 가야 더 통쾌하지 않나 싶어 작가님이 더 오래 탁사정을 살려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현종도 용서를 하면서 신하들을 통합하고 국가를 다시 정상화시키려던 건데,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현종이 탁사정을 끌어안고 가려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셨던 것 같다. 이 인물이 더 얄밉게 오래 있어야 나중에 통쾌함이 커진다는 부분을 노린 건데, 다만 이게 좀 과하게 표현돼서, 저희가 표현하려고 했던 바와 시청자분들이 받아들이는 부분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탁사정은 '고려거란전쟁'에서 빌런으로 그려지지만 마냥 악하기 보다는 얄밉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탁사정은 직접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살 궁리를 찾으면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 거다. 그러다보니 얄미운 인물이 된 거다.
또 왕이 육부에 복귀하라고 하니깐 돌아와서는 술 취한 모습으로 '용서하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속죄를 하라니'라고 왕을 혼자 욕하는 부분이 있다. 요즘에도 대통령이 뭐라고 하면 뒤에서 흉보지 않나. 현재에도 충분히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데 저희 극이 사극이다 보니 그게 조금은 재밌고 웃겼던 것 같다. 탁사정이라는 인물의 행동을 보면 현실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지 않나. 그게 사극과 겹쳐지면서 조금 웃기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웃음)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