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람 죽이고 그냥 집 근처에 있었는데... 경찰이 못 찾은 이유

2024.01.07 10:22  
경기도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다방 업주 2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 모 씨가 5일 밤 강원도 강릉에서 검거돼 6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24.1.6/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경기 고양시와 양주시의 다방에서 60대 여성 업주 두 명을 잇따라 살해하고 돈을 훔친 혐의(강도살인)를 받는 이모씨(57)는 일산에서 첫번째 범행 뒤 사흘 동안 주거지가 있는 파주시 금촌 일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첫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다음 살인까지 무려 닷새간 검거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추가 범행을 막지 못해 두번째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첫번째 강도살인 행각 뒤 주로 주거지 인근에 머물렀으면서도 닷새 동안 어떻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을까.

이씨는 지난해 12월30일 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지하다방에서 60대 여성 업주 A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고 현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닷새 뒤인 지난 4일 밤 양주시 광적면의 다방에서 60대 여성 업주 B씨를 폭행해 살해하고 현금 수십만원을 훔친 혐의다.

1차 강도살인 행각 뒤 이씨는 파주시 금촌의 자택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도피 행각을 시작했다.

경찰은 1차 범행 뒤인 지난달 31일 피해자 A씨의 가족 등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곧장 추적에 나섰으나 좀처럼 이씨의 종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를 추적할 만한 단서는 CCTV에 찍힌 모습을 역추적하는 것 뿐이 없었다고 한다.

도주 중 이씨는 휴대전화나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추적할 단서가 부족했다는 게 경찰 주장이다. 또 대중교통 이용도 좀처럼 하지 않고 주로 걸어다녔다고 한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걸어다니는 습관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1차 범행 후 사흘이 지나도록 자신의 주거지가 있는 파주시 금촌 일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씨는 지난 2일 파주시 금촌의 치킨집에서 음식을 먹은 뒤 카운터에 있던 돈통을 들고 달아나 도피를 위한 현금을 일부 확보했다.

이 절도 범행 직후 치킨집 업주는 '무전취식범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이씨가 돈통을 들고 달아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씨는 치킨집 절도 행각 이후 파주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가서 배회한 뒤 걸어서 양주시 광적면까지 갔다. 광적면의 한 다방에 들어간 이씨는 60대 여성 B씨를 상대로 2차 강도살인 행각을 저질렀다. 이 다방에서도 수십여만원의 현금을 훔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씨는 서울로 이동한 뒤 고속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갔다가 5일 오후 10시44분께 강릉시의 시장거리에서 추적해온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씨의 절룩거리는 듯한 독특한 걸음걸이에 주목해 현장에서 이를 발견하고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와 마셨을 때의 걸음걸이가 현저히 차이 나는데, 술을 마셨을 경우 특유의 절룩거리는 듯한 큰 동작의 걸음이 나온다고 한다. 그를 추적하면서 수천여건의 CCTV를 돌려본 형사들은 옷을 갈아입는 이씨를 강릉에서 발견하고 긴가민가했으나 걸음걸이를 보고 그를 검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이날 오후 4시께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열고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얼굴·나이·이름 등 신상정보 공개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씨의 신상정보 공개는 내주 초 이뤄질 전망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