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5 4 3 2 1!"
갑진년 새해 시작과 함께 홍대 앞에 위치한 클럽으로 한 무리가 입장했다. "이제 성인입니다"라며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내밀어 보였다. 막 20살이 된 이들은 술을 마실 수 있게 됐음을 축하하며 건배를 외쳤다. 클럽에서는 생일용 고깔을 입장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2024년과 2005년생들을 축하했다.
현행법상 올해부터 2005년생은 청소년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술과 담배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비슷한 시각 홍대 앞 주점에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20명 남짓한 무리가 들어와서는 "여기 소주 4병 주세요"를 힘차게 외쳤다. 이들 역시 청소년 딱지를 뗀 2005년생들이었다.
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왔다는 K양은 "작년 우리들도 저런 모습이었다"며 "새해를 맞아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하다 모두가 울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이들은 성인 2년차 2004년생들이었다.
지난 31일 오후에 방문한 홍대 클럽 거리는 한해의 마지막을 뜨겁게 불태우려는 20·30대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무리진 채로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도 자주 보였다. 얼굴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아직 겨울의 한복판이었지만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려는 듯 다리나 배를 드러내거나 여름에 입을 법한 민소매 차림도 쉽게 눈에 띄었다.
클럽에 입장하자 기대와는 달리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테이블 곳곳을 채운 손님들은 고개를 까딱거리고 술만 홀짝거리며 주위 눈치를 살폈다. 바텐더 바로 앞 테이블에 앞에 앉아 쭈뼛거리던 권모씨(23)는 "아직 사람이 없어 앞으로 나가 춤추기 쉽지 않다"며 "다들 춤을 추기 시작하면 나갈 예정"이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흥겨움에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밤 11시를 넘어가자 옆 사람에게 불쑥 건배를 요청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20대 이모씨는 "오랜만에 클럽에 와 (머리에)힘을 좀 줬다"며 음악에 맞춰 힘껏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한 해의 운을 좌우한다는 2024년의 첫 노래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어텐션(attention)'이었다. 2024년이 10초 앞으로 다가오자 빨간 불빛으로 가득 찬 클럽 안은 카운트다운을 하는 환호성과 하늘을 향해 번쩍 든 손바닥,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으로 진동했다.
클럽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젊은 남녀는 귓속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즉석만남을 시도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공유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막 마쳤다는 미국인 잭(24)은 "이전에도 몇번 홍대 클럽을 와서 즐긴 적이 있다"며 "즐겁게 새해를 시작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클럽에 방문한 김모씨(23)는 왜 보신각에 안 갔냐는 질문에 "거기보단 여기가 재밌지 않냐"고 반문하며 "몇 시간 더 놀다가 집에 들어가서 쓰러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차가 슬슬 운행을 시작하는 오전 5시. 홍대 거리에는 아직도 쏟아낼 에너지가 남아 있는 청년들도 가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