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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 위기 뚫고 여기까지…운좋았죠" ①

2023.12.25 07:01  
김한민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량' 스틸 컷


'노량' 스틸 컷


'노량'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1700만명이라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부터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극장의 위기 속에서도 726만명 이상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2022, 이하 '한산'), 그리고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까지.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세 편의 영화를 내놓은 김한민 감독은 "감개무량하다"며 소회를 밝혔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난중일기를 읽으며 힘을 얻고는 한다는 그는 지난 10년간 이순신 한 사람만을 파고 든 '이순신 덕후'였고 복잡하고 풀어야할 문제 투성이 촬영 현장을 지혜롭게 끌고 간 '현장의 이순신'이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뚫고 대미를 장식할 '노량'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김한민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해 벌인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배우 김윤석이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역을 맡았다. 이어 백윤식이 왜군 최고지휘관 시마즈, 정재영이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허준호가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김성규가 항왜 군사 준사, 이규형이 고니시의 부장 아리마, 이무생이 왜군의 중심 고니시를 각각 연기했다.

'노량'은 지난 20일 개봉 당일부터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순신 3부작을 마무리 하는 소감은 어떤가.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 어떻게 보면 10년인데 장군님의 말을 빌리자면 '명량' 때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한산'과 '노량'은 코로나19가 있었고 그렇게 해서 현재까지 왔는데 위기의 순간들에도 운이 좋았다.

-어떤 면에서 운이 좋았나.

▶'명량' 때는 개봉을 못할 뻔 했고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그게 국가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었고 비슷한 해역에서 찍은 이 '명량'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무기한 연기하자, 하는 의견이 컸었다. '한산'과 '노량' 때는 코로나 때문에 촬영을 언제 멈춰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특히 (촬영장이었던)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장 같은 경우는 강원도 측에서 폐쇄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다수가 아니냐고 밀어붙여서 상황을 바꿀 수 있었다. 그때 촬영을 멈췄다면 이번 개봉은 힘들었을 거다.

-왜 이순신에게 천착하게 됐나.

▶원래 역사 3부작을 기획하고 준비했었고 그 3부작이 다 나왔다. '봉오동 전투' '최종병기 활' 임진왜란을 다룬 '명량'까지 역사 3부작으로 기획했다. '명량'을 준비하면서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뭔가 더 파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왔고 그래서 그것을 3부작으로 기획했다. 특히 이분은 굉장히 특징적인 해전을 펼쳤다. '명량' 같은 경우는 모두가 두려움에 빠져있던 그런 상황을 용기라는 측면으로 전환시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인데 그 일을 해낸 당사자가 이순신이었고 그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중심에 이순신이 있었다. 그것을 우리가 이 시대에 재조명 하고 리마인드 하는 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한산' 같은 경우는 정말 수세적인 전쟁의 국면을 전환해서 공세적인 느낌으로 바꾸는 게 힘든 일이었는데 본인의 치밀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 전술과 이런 것들을 통해서 중요한 모멘텀이 된 전쟁이었다.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냈다. 그것 또한 중요하고 리마인드 할 필요가 있다. '노량' 같은 경우는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전쟁, 그런 전쟁의 중심에서 고독한 판단을 내려서 돌아가는 적들을 이렇게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판단하고 치열하고 집요한 전쟁을 수행해 내는 그 양반의 정신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왜 치열하고 집요하게 이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려고 하셨을까 하는 화두에서 시작해서 화두에 대한 감독 개인의 결론을 내렸다. 결국은 완전한 종결, 항복에 대한 지점에 이순신 장군의 뜻이 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정도의 대가라면 이 작품이 나오는 게 의미가 있다.

-100분간 진행되는 해전의 설계가 놀라왔다. 텍스트로 구성돼 있는 걸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한 것인가. 언론배급 시사회 전날 아침까지도 편집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지점도 있었다. 각본 단계에서 포기하고 싶은 지점도 있었고 촬영 전에도 있었다. 아무리 내가 '명량'과 '한산'에서 해전 설계를 해서 공감대 이끌어내고 관객들 호응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 해전은 힘든데, 하는 느낌이 강했다. 왜 내가 해전을 치열하게 보여줘야 하지, 100분에 걸친 해전신을 보여주는 이유가 뭐지, 그 부분을 찾아내는게 매우 중요했고 절실했다. 앞서 밝혔듯 이순신 장군이 노량 해전을 왜 수행하려고 하셨는가, 돌아가실 때까지 해전을 수행하려고 하셨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답이 나왔다. 그런 결론이 나와서 돌파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해전을 리듬감 있게 설계하는 게 중요했고 그렇게 설계가 돼야 관객들이 따라올 수 있고, 호흡과 리듬을 타고 따라갈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택도 없이 부족했다.

-'노량'은 '이순신 3부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에 이순신 장군의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는 빼려고 생각했다. 그게 욕을 먹지 않고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참신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피해갈 수는 없겠더라. 왜냐하면 그걸 피해가면 이순신의 진정성이 어디서 드러날 것인가, 그 질문의 딜레마에 빠진다. 그 지점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고민이 있었고 그 장면이 나왔을 때 오롯이 장군님이 마지막 하는, 전 국민이 아는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 대사와 함께 내가 장군님에게 빙의해서 던지고 싶은 추가적인 대사, 결코 이 싸움을 이대로 멈춰서는 안된다 하면서 돌아가시는 설정으로, 담백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가면 좋겠다 생각했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까지 오면서 조선만큼이나 일본도 복잡한 정세가 많이 드러나고 이번엔 명나라까지 가세했다. 낯선 외국의 정치사, 역사를 보여주니 그것을 어렵게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왜와 명나라를 묘사할 때 어떤 부분을 드러내고 싶었나.

▶기준은 명확했다. 이순신은 이 전쟁을 끝까지 하려고 한다. 명나라도 그렇고 왜나라도 그렇고 그 이유는 잘 모르곘지만 명나라 입장에서는 왜 저 사람이 저렇게까지 이 전쟁에 천착하고 수행하려고 하지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대표적으로 이순신 장군에게 묻고 따지고 세법이 복잡해지는 역할을 하게 되고, 실제 역사도 그렇다. 역사 속에서 진린은 회피하려고 하고 마지못해 이순신과 노량해전에 참여해서 나가는데 그 지점에서 모든 사람들의 해법과 셈법이 다른 게 중요했다. 고니시와 시마즈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역사적으로 풀리지 않는 이야기인데, 왜군이 왜군 돕는 게 뭐가 이상해, 하는데 왜군의 상황을 보면 쉽게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각자 다이묘들의 이해득실이 복잡해서 시마즈가 단순히 고니시를 히데요리의 옹립세력이라서 돕는다? 고니시가 어떤 서찰을 보냈기에 시마즈가 응했을까. 내 나름대로 추론하고 판단하고 영화속에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제가 볼 때는 고니시가 시마즈의 야욕을 건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세력 다툼이 있을텐데 그 지점에서 좀 더 유리한 정치적 입장을 차지하고 다른 다이묘들 위에 존재하려면 이순신을 꺾고 봐야곘다 생각했을 것이다.

-3부작을 통해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까지 세 명의 이순신을 세웠다. 세 명의 이순신을 비교해 본다면.

▶그것에 대해 문장으로 정리를 했던 게 '명량'의 이순신은 용장, '한산'의 이순신은 지장, '노량' 이순신은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명량'에서는 어떻게 보면 수세에 몰린 전투를 역전시켜야 했고 극한의 두려움에 빠져 있던 사람들을 설득하는 용맹스러운 장수의 기개와 오라가 필요했다. 그런 지점에서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가진 오라를 이순신으로 것으로 만든 것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한산'에서는 지략과 치밀한 전략을 통해서 뭔가를 준비해가는 그런 이순신. 지장 이순신을 표현하는 데 젊은 이순신으로서 박해일의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가 매우 필요했다. 그리고 '노량'에서는 어떻게 보면 이 전쟁의 종결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멀리까지 내다 보고 있었던 현장으로서의 이순신을 지혜롭고, 미래를 내다보는 모습, 문무를 겸비한 모습의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그걸 김윤석이라고 봤다. 그게 김윤석에게 캐스팅을 제안한 이유였다.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