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호연으로 활약한 배우 김의성(58)이 천만을 앞두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부산행'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밉상 연기를 선보였던 김의성은 '서울의 봄'에서 국방장관 오국상 역을 맡아 영화의 '과몰입'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김의성은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 7층 VIP라운지에서 '서울의 봄'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취재진과 만났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으며,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삼았다.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신드롬적 흥행을 이끌고 있는 '서울의 봄'은 지난 11월22일 개봉 후 27일째인 이달 18일 9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천만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의성은 "제가 대단한 역할을 한 건 아니지만 팀원 중 한 사람으로서 참가한 영화가 작품적으로도 그렇고 관객도 많이 들고 그래서 말로 할 수 없이 기쁘다"라며 "사실 왜 이렇게 잘 됐는지 아직 모르겠다"며 웃었다.
'관객들이 호응한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이 영화는 옛날이야기이고 군대가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이고, 소위 좋은 편이 나쁜 편 한테 지는, 다 재미가 없는 이야기다"라며 "그리고 영화의 반 정도가 군복 입은 아저씨가 전화기 들고 소리 지르는 건데 이게 관객들의 무엇을 건들었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영화를 잘 만들어서인 것 같더라, 배우들도 자기 자리에서 잘하고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높은 수준에 있는 영화여서 그 모든 게 관객들을 설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사회 이후 반응도 이전과 다르게 너무 좋았고, 극장에서도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넘어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게 감동이었다"라고 덧붙였다.
1979년 12월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김의성은 "군사반란 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있어서,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고 사람들도 울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라며 "이후 신문에 보안사령관이라는 분이 계속 나오곤 했는데 12월12일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랬다는 건 몰랐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시나리오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막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많았구나 싶더라, 관객분들도 이런 점을 같이 느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의성은 국방장관 역으로 분노를 유발하며 '밉상 연기'를 갱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방장관을 더욱 얄미워 보이게 만든 잠옷 의상과 귀도리는 김 감독이 직접 만든 설정이라고.
그는 "분노 유발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웃은 뒤, "혼자 잠옷 입고 다니니까 재밌고 좋더라, 그래도 이번에 다른 느낌을 받은 게 관객분들이 화를 내시면서도 귀여워하는 게 있더라. 내가 잘한 건가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내가 영화를 볼 땐 참모차장이 가장 열받는 캐릭터였다, 자기가 다 해결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나"라며 "국방장관은 겁이 나서 도망만 다녔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 한국영화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의 봄'이 '범죄도시3'에 이어 두 번째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터다. 향후 한국영화계 전망에 대해 묻자,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라며 "항상 좋았던 때와 좋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물론 팬데믹과 겹치면서 너무 다운됐지만, 항상 '업 앤 다운'이 있었고, 다운의 시기에 업을 위한 준비를 해왔으니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이런 시기를 통해 한국영화가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제작비가 많이 올랐고, 특히 개런티가 많이 올랐는데 서로 양보하면서 제작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노동환경을 개선하면서 작업 시간도 유연하게 맞추는 노력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면 경쟁력이 확보되고 좋은 시간이 오지 않을까, 관객들한테 영화 안 본다고 뭐라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우리가 먼저 환경들을 바꾸고 관객들이 지불하는 시간과 비용 대비 만족스러운 시간을 줘야 한다, 물론 눈높이가 높아진 것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관객분들이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영화계를 긍정적으로 내다본 김의성은 연기 활동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최근 소속사 안컴퍼니를 설립하고 대표가 됐다. 그는 "큰 회사들에 6년간 있었는데 배우로서는 즐거움이 있지만 영화인으로서 즐거움이 줄어들었다"라며 "큰 회사에 나이 많은 선배 배우로 있으니까 점점 소극적이고 편하게 활동을 하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전에는 직접 감독들과 자주 만나서 재밌는 작품이 없는지 묻고,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 소속사에 있으니 나에게 할 만한 시나리오를 보내 주고, 거기서 결정하게 되니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배우가 되더라, 그래서 다시 영화인으로서의 야성을 찾고 싶었고, 내 일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 일도 찾아주고 싶었다"라며 "또한 배우들끼리 자주 만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소속감도 가지고 서로 돕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업계에서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