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임모군(17)과 김모양(16)이 경찰 조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낙서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경복궁 담벼락에 정해준 문구를 낙서했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은행 계좌로 5만원씩 두 차례, 총 1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군과 김양은 연인 사이이며, 돈은 모두 임군이 받았다고 한다. 임군 등은 범행에 쓴 스프레이를 직접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낙서를 마치면 수백만원을 (추가로)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추가로 주기로 한 돈은 받지 못했다.
임군과 김양은 지난 16일 오전 1시42분쯤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은 이후 서울경찰청 동문 외벽에 동일한 방식으로 낙서한 혐의(재물손괴)도 받는다.
낙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지난 19일 오후 7시8분쯤 경기 수원시 한 주거지에서 임군을 체포했다. 김양도 같은 날 오후 7시25분쯤 수원시 자택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시인했다. 경찰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피의자들이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와 처벌 수위를 고민 중이다.
한편 임군 등의 범죄를 모방해 지난 17일 오후 10시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20대 남성 A씨는 20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했을 뿐"이라며 "죄송하다. 아니 죄송하지 않다"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범행 직후 찍은 '인증 사진'까지 올렸다.
당초 일주일 가량으로 예상됐던 경복궁 담장 복구 작업은 한파 여파로 장비가 얼어붙는 등 문제가 생겨 잠정 중단된 상태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