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인, 강간해도 끄떡 없던 의사들, 이젠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 취소

2023.11.20 15:07  

[파이낸셜뉴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범죄 구분 없이 20일부터 면허가 취소된다.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처벌을 받은 후 면허 재발급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40시간의 의료윤리 교육 등을 이수해야 면허를 다시 받을 자격이 생긴다.

앞서 의사 등 의료인의 결격 사유의 경우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따라 의료 관련 범죄를 한정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 때문에 의료인은 살인, 강간 등 일반 형사 범죄 등으로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 자격 유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20일) 보건복지부가 의료인의 면허 취소 대상 범위를 기존 '의료법 위반'에서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의사면허법취소법'을 시행하면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들은 범죄 구분 없이 모두 면허가 취소된다.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처벌을 받은 후 면허 재발급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40시간의 의료윤리 교육 등을 이수해야 면허를 재발급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날부터 시행하는 의사면허취소법은 지난 14일 복지부가 국무회의에서 면허 재교부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의사면허취소법의 본 법안 이름은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를 포함해 조산사와 간호사도 적용 대상이다. 다만, 의사를 중심으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의사면허취소법'으로 불리고 있다.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40시간 이상 환자 권리 이해 등 의료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면허 재교부를 심의하는 위원회 전체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인 면허 재교부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공정성에 문제 생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보이기도 한다. 면허 재교부를 심의하는 위원회 위원 중 대부분이 전현직 의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측은 연구 용역을 거쳐 내년 안으로 면허 재교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부터 의사면허취소법이 시행되면서 의료계는 이와 관련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치과협회(치협) 등은 "의료인에 대해 범죄의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생존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살인이나 성범죄 등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의료인 면허 취소에는 공감하지만, 업무와 연관성 없는 교통사고·금융사고 등의 민·형법상 과실로 인한 면허 취소는 과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자율규제권을 강조하며 의료단체에 의사면허 관리 권한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의사 면허 취소와 관련해, 과거 그루밍 성범죄 피해 대상으로 환자를 노리고 병원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유명 정신과 의사, 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추행하고 엽기 발언을 한 서울아산병원 인턴, 몰카 등 각종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 처분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