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본팬은 되고 한국팬은 안 되냐"... 도쿄돔 야구 한일전, 공정성 논란

2023.11.20 08:32  


[파이낸셜뉴스] 지난 17일 진행된 한국과 일본 간의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예선 2차전 경기에서 도쿄돔 측이 우리나라 팬들한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도쿄돔 측은 안전을 이유로 한국식 기립 응원을 막았으나, 정작 일본팬들의 기립 응원에는 별다른 제지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일본팬 중 욱일기를 든 이들까지 발견됐으나, 이들에 대한 도쿄돔 측의 제재는 아직까지 전해진 바 없다.

한국팬과 일본팬간의 도쿄돔측 차별 주장은 17일 한일전 경기장을 찾은 한 누리꾼의 글이 화제가 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누리꾼 A씨는 "도쿄돔 이상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인들은 외야든 어디든 자기 공격(일본팀 공격) 타임에 일어나서 응원했다. 하지만, 우리 공격 타임에 (일어서서 응원을 하니까) 시큐(보안요원)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앉아라고 제지했다"라고 작성했다.


A씨가 밝힌 글에 따르면, 일본 도쿄돔 관계자들은 일본 관중의 응원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으나, 한국 관중에게는 같은 방식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셈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 일본 현지 언론도 정당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인터넷 언론 '뉴스피어'는 이번 사태를 두고 "나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뜻밖의 소동이 발생했다"라며 "한국과 대만의 응원 스타일은 일본과 다른데 (도쿄돔 경기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인정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한 야구팬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티켓을 구입할 때 응원 시트를 선택했다. 내야석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었다"라며 "한국에서는 우리 팀 공격 시, 내야석에서 일어나 응원하는 것이 문화이므로 여느 때처럼 (한일전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매체 역시 해당 경기를 두고 "이번 경기에서 왜 응원방식 룰이 변경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 관중들은 곤혹스러워한다"라며 "호주전 때부터 일어서서 응원하지 말 것을 주지시켰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대회는 해외팀과의 대전뿐만 아니라 팬끼리도 상호 교류할 기회다. 이를 운영 규정 미비로 망쳐버리는 것은 안타깝다"라고 했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응원을 펼친 일본팬 중 욱일기를 펼쳐 들고 미소 띤 이들도 포착됐다. 이들은 욱일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자신들의 행위가 대수롭지 않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APBC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항의 메일에서 "욱일기는 과거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전면에 내세운 깃발이다.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한다"라며 "욱일기 응원은 아시아인들에게는 전쟁의 공포를 상기하는 행위이자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또한, 카타르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을 펼친 일본 측 응원단을 즉각 제지했다며, APBC도 욱일기 응원을 중단시키고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APBC는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모여 갖는 야구대회다. 팀당 4경기씩 총 8경기를 치른다.
각 팀이 예선에서 각각 한 차례씩 경기를 가지며, 1위와 2위 팀이 결승전을 벌인다. 이어 3위와 4위 간의 '3위 결정전'이 진행된다.

해당 대회는 2017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6년 만에 이날 2회 대회가 열렸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