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어머니세요?" 더 무서운 시터이모 눈치보기

2023.11.04 11:00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고리타분한 멘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매일 외치고 싶은 24개월 워킹맘입니다. 그대신 소소하면서 트렌디한 '요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파이낸셜뉴스]
워킹맘에게는 남편복보다 중요한 복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바로 시터복이다. 그만큼 궁합이 잘맞는 시터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렵게 좋은 시터를 찾았더라도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워킹맘들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일부의 시터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일명 '갑질'을 하고, 워킹맘은 속앓이를 한다.

아,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집 시터이모님은 매우 좋으신 분으로 이 모든 사례에 해당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만만치 않은 시터찾기


보통 시터를 찾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이다. 나 역시 대표적인 몇 개의 시터 소개 앱에 가입을 하고 찾아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결국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구인글을 올렸고 몇 명에게 연락이 왔다. 육아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니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지인에게 소개를 받거나, 아파트 게시판에 올리는 방법 등을 추천했다.

면접을 보면서 황당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진한 향수냄새와 메니큐어가 대표적이다. 아기를 본다는 분이 진한 화장에 긴 손톱, 군데군데 벗겨진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 왔다니 첫 인상에서 바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외에도 집에 고양이가 있다니 시급을 더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당직이 있어서 추가 근무 여부였는데 이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 시급을 올리는 방법을 택한다. 시급과 지원자는 대부분 비례하기 때문이다.

워킹맘은 오늘도 시터이모님 눈치보기

시터를 구했다 해도 끝이 아니다. 시터를 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예상보다 많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 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경우는 시터가 출근한 지 얼마 안되어 "혹시 성형했어요?"라고 묻더니 "아... 아기가 누굴 닮았나 했어요"라는 등의 기분나쁜 말들을 지속적을 했기 때문이다.

산후도우미를 구할 때 소개업체에서 사교적이었으면 좋겠는지, 말수가 없는 편이 없으면 좋겠는 지 등을 묻는 항목이 있는데 왜 그런 항목이 있는 지 이해가 갔다.

2년 째 시터를 고용하고 있는 직장인 박씨의 경우 지속적으로 비교를 하는 시터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누구 집은 휴가 때 보너스를 얼마를 줬다더라, 누구 집은 명절 때 어떤 선물을 줬다더라 등 주변 사례를 말할 때마다 어느 정도 선에서 들어 줘야 하는 지 난감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앞서 고용했던 시터들보다는 아기를 잘 보기 때문에 무시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맞벌이인 김씨의 경우 입주시터를 쓰고 있는데, 부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 고민 중이다. 시터가 퇴근 길마다 뭐가 먹고 싶으니 사다 달라는 것이 일상화 됐다는 것이다. "올 때 빵 좀 사다 주세요" 등을 요구할 때까지만 해도 충분히 들어 줄 수 있었는데, 이 요구가 반복되고 품목도 다양화되니 비용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회식으로 늦는다고 말하니 회식장소를 묻더니 "나도 한우 먹고 싶다"고 말하는 데 할 말을 잃었다는 후문이다.

갑자기 그만둔다고요? 의 사실은 이렇습니다


물론 마음에 안들면 다른 시터를 구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아이를 학대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 절도를 하는 경우 등은 당연히 바로 해고를 한다. 그러나 100% 만족할만한 시터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내 아이와 잘 맞는다면 굳이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또 적응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갑자기 시터의 기분이 상해 그만둔다고 하면 맞벌이의 경우 당장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소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더라도 속앓이를 하고 넘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집과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잘 지낸다 싶을 때면 사직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 사정으로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시급을 올려 달라는 무언의 압박인 경우도 많다.

직장인 김씨는 "새로운 시터를 구하고 적응시킬 생각하면 그냥 월급을 올려주는 편이 낫다"면서 "월급을 주는 고용주이면서 철저하기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 웃프다"고 전했다.

워킹맘의 성공비결은 좋은시터

좋은 시터를 만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집은 아이가 커서 일을 그만두더라도 주기적으로 왕래한다는 경우도 종종 본다. 매년 여름휴가 갈 때 같이 가기도 한다는 집도 있다. 그야말로 '시터복'이 있는 사람들이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여성리더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공통점은 "좋은 시터이모님을 만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워킹맘이 된 지금은 어느 때보다 그 것이 중요함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내 자식처럼 소중하게 아이를 돌봐주시는 좋은 시터이모님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일·가정 양립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 계신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