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핼러윈 대목인데 美 호박 농부들 '울상'... 왜?

美 일리노이 농무부 "전례 없는 더위로 관개에 큰 비용 지출"
인플레이션 더불어 인건비 상승으로 순수익 내기 어려워

2023.10.30 16:32  
[콜로라도=AP/뉴시스] 올해 미국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호박 농사를 하는 일리노이주 농부들이 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미국 AP통신이 일리노이주 농무부의 발표를 인용,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은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호박밭을 걷고 있는 농부의 모습. 2023.10.30.
[서울=뉴시스]이동현 인턴 기자 = 오는 31일 핼러윈을 앞둔 미국이 호박의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박은 핼러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농산물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호박 주산지인 일리노이주가 올해 지난 2년과 비슷한 수준의 호박을 수확했지만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으로 농업용수 조달 등 비용이 많이 들어 농부들이 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호박은 덥고 건조한 날씨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미국에서 38도를 훨씬 넘는 전례 없는 폭염을 기록한 올 여름은 말 그대로 '최악의 해'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텍사스, 뉴멕시코, 콜로라도와 같은 주에서 호박 농사를 하는 농부들은 물 부족 문제를 뼈져리게 느꼈다.

일부 농부들은 예상 수확량보다 20% 적은 양의 호박을 수확했다. 이에 더해 인건비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마진이 줄어들면서 호박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일리노이주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지하수 수위가 계속 낮아지면서 농부들은 매달 수천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며 물을 공급하고 있다.

뉴멕시코주에서 강낭콩과 호박을 재배하는 스티븐 네스 씨는 "폭염으로 인한 지하수 감소에 따른 관개(灌漑) 비용 상승이 지역 농부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라버린 지하수가 다시 채워지는 데에는 수백 또는 수천 년이 걸릴 수 있고 기후변화로 인해 지하수를 채우는 데 필요한 비와 눈이 줄어들고 있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물 부족과 더불어 인건비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3년 전 댈러스에서 블루베리와 호박 농사를 했던 질 그레이브스 씨는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물 부족과 더불어 인건비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호박은 옥수수처럼 기계로 수확할 수 없어 사람이 직접 호박이 익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덩굴을 자르는 작업을 해야 하므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는 "노동자의 임금이 낮은 곳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관개 및 소모품 비용의 증가가 겹치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 자식들은 농사를 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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