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한 70대 여성이 40년 넘도록 얹혀사는 두 아들을 집에서 쫓아내기 위해 소송을 벌였다.
미국 CNN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파비아에 사는 75세 여성 A씨가 자신의 집에 얹혀 사는 42세, 40세 두 아들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두 아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있지만 생활비를 보태지 않고, 집안일 역시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두 아들에게 ‘좀 더 독립적인 생활 방식을 찾으라’며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부양하는 데 지친 A씨는 결국 소송을 결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모친이 겪은 어려움에 공감하며 두 아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모가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두 아들이 집에 거주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허용됐을지 몰라도 40세가 넘은 지금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퇴거 명령에 따라 두 아들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집에서 나가야 한다.
이탈리아는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8세~34세 사이 청년인구의 약 70%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 가운데 남성의 비율(72.6%)이 여성(66%)보다 높다. 2019년에는 청년의 부모 동거 비율이 64.3%였다.
이처럼 성인이 되고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을 견디지 못해 법정 분쟁에 나선 이탈리아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도 한 35세 자녀가 부모로부터 퇴거 소송을 당한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35세 파트타임 뮤지션인 자녀는 퇴거 명령을 받자 약 2만 유로(2862만원) 수준인 본인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나갈 수 없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당시 이탈리아 대법원은 “청년이 된 자식들이 부모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