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 11명이 동급생을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은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경찰에 집단폭행 상해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초 5학년생들 하굣길에 '집단 폭행'
24일 일산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월29일 오후 3시께 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 11명이 같은 반 학생 A군(11)을 집단폭행했다.
가해 학생들은 하교하던 A군을 무력으로 제압한 뒤 우산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가슴과 배 등을 폭행했다. 가해 학생 중 B군(11)은 다른 학생들에게 A군 폭행에 합류하라고 지시했고, B군의 말에 총 11명의 학생들이 A군을 집단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을 당하자 A군도 반격하며 가해 학생들을 폭행했고, 이 장면을 목격한 C양(11)의 학부모가 이들을 중재해 상황은 일단락됐다.
폭행을 당한 A군은 신경외과 2주, 정형외과 2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정신적 충격으로 아동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잡기놀이' 하며 괴롭힌 동급생들
이날 사건은 6교시 피구연습을 하던 중 평소 A군을 따돌리던 학생들이 일명 'A군 잡기놀이'를 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A군에게 일방적으로 피구공을 던졌고 이에 화가 난 A군도 공을 던졌는데, 공교롭게 체육교사에게 공이 날아갔다.
'A군 잡기놀이'를 제안한 학생들은 A군에게 '체육교사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종용했다. A군은 바로 체육교사에게 사과를 했지만 주변이 시끄러워 체육교사는 A군의 사과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굣길에 'A군 잡기놀이'를 제안했던 학생들이 A군을 붙잡고 체육교사가 있는 체육관으로 끌고 가려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임은 이날 오후 3시21분께 A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A군이 학생들을 폭행했다. 특히 C양이 A군이 휘두른 보온병에 맞아 크게 다쳤다"며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서 담임은 오후 3시33분께 A군에 전화를 걸어 약 1시간에 걸쳐 다른 학생들에게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A군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물었다.
본지 취재 결과 담임이 A군의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한 C양은 A군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은 쌍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 중 2명은 A군이 하지도 않은 폭행 사실을 가해학생들끼리 조직적으로 조작하는 등 A군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뺨 때리기' 놀이?..."친구들이 놀아준다 생각해 뺨 내주기도"
본지 취재 결과 A군에 대한 괴롭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에도 A군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반 아이들은 A군에게 "XXX", "네 뒤에 A군 있으니까 피해", "더러워 A군 묻었어" 등의 발언을 하며 A군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했고, '뺨 때리기 놀이'라며 A군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군은 친구들이 자신과 놀아준다고 생각해 자신의 뺨을 내어줬고, 이후에도 폭행에 가담한 친구들은 지속적으로 A군을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ADHD' 약 복용 사실 안 친구들, 더 괴롭혀
A군은 틱 증상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약을 복용 중이었는데, 해당 약을 복용하는 것을 학생들이 알고 난 뒤 괴롭힘은 더 심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던 중 A군은 부모에 "같은 반 친구들이 언어폭력을 한다"고 말했고, 이에 A군의 학부모는 담임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중재 및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언어폭력과 따돌림은 지속됐다. 학생들은 담임의 눈을 피해 먼저 A군을 가격한 뒤 A군이 대응하면 "A군이 욕한다. 때린다"라고 말하는 등 교묘하게 A군을 괴롭혔다.
그러나 A군은 부모의 대처가 자신의 학교생활에 부담이 될까 염려해 이러한 상황들을 일일이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임은 가해학생 부모에게 "소송 당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 조언
그런데 학생들의 담임은 최근 한 가해학생 학부모에게 'A군이 소송할 수 있으니 법적 준비 위한 자료를 준비하라'거나 A군이 학폭 조사를 받는 동안 A군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있는지 설문지를 돌릴 것을 간접적으로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담임은 한 가해자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지금 설문지 돌리고 있는데 나는(담임) 모르는거에요"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측과 가해자 측은 학교 측에 폐쇄회로(CC)TV 공개를 요구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A군 측은 현재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A군의 부모가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교폭력전담기구에 심의한 결과 지난 13일 '해당 민원은 학교장 자체해결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학교장 자체해결이 어려운 사건이 접수될 경우 교육청이 심의위원회를 여는데,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 교육청 심의위원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교육청 결정 따르겠다".. 경찰도 조사 중
가해 학생 D군(11)의 부모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이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연락이 와 진술서와 학부모 확인서 등을 학교 측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D군과 A군의 진술에 다른 부분이 있어 학교 측에 문의했으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 된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며 "정확히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은 교육청 결정에 따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23일 A군의 학부모는 경찰에 가해학생 중 7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경찰은 가해학생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