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지난해 걱정을 끼쳤는데 이제는 행복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 겸 가수 비비(김형서)가 영화 '화란'으로 첫 장편 영화에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영화 '화란'(극본 및 연출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는 이야기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비비는 극 중에서 연규의 이복여동생으로, 연규를 가정폭력에서 부터 지켜주려는 고등학생 김하얀으로 분했다. 그는 희망이 없는 곳에서 나쁜 어른으로 인해 극한으로 치닫는 연규와, 연규를 보고 과거 자신의 욕망을 깨닫는 치건과 함께 '화란'을 그려냈고, 첫 장편 영화임에도 자신만의 날것의 매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비비는 지난 2019년 싱글 '비누'로 데뷔해 노래 '나쁜년' '한강공원' 등 가수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예능 프로그램 '여고추리반 시즌1, 2' '마녀사냥' 등에 출연해 거침 없는 입담을 뽐내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12년 영화 '여고괴담-여섯번째 이야기'로 연기에 도전한 그는 이번 영화 '화란'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최악의 악'으로 배우의 길까 활동 영역을 넓히며 '올라운더'로 나서고 있다.
비비는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영화 '화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화란' 공개 앞둔 소감은.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폐를 안끼졌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사나이픽쳐스의 다른 작품 오디션을 보러 갔다. '벌크' 라는 작품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그때 하얀이를 찾고 있었고, (오디션)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봤다. 그때 출연을 확정했다.
-극 중 분한 김하얀을 어떻게 해석했나.
▶처음에는 조금 건들건들한 친구인 줄 알고 그렇게 연기했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했다. 착하게 다정하게 하니까 그런 느낌도 아니라고 하더라. 고민했는데 그냥 고등학생처럼 하면 되는거였다. 고등학생은 다정한 말도 못하고 못된 말도 못하고 틱틱대면서 말한다. 그런 느낌으로, 여동생과 대화할 때를 생각하면서 했다.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했는데, 고등학교 때와 싱크로율은 어땠나.
▶분위기나 바이브는 비슷했던 것 같다. 저는 친구들과 잘 안어울리고 혼자 책 읽는 등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스타일이어서 하얀이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화란'에 나선 소감은.
▶처음에는 감을 못잡고 갈팡질팡했다. 옆에서 홍사빈 오빠가 많이 도와줬다. 정만식 선배님은 기술적인 것을 많이 도와주셨다. 학교에서 처럼 현장에서 배울 수 있었다.
-송중기와 같이 붙는 장면이 많이 없기는 하지만 함께 호흡하며 어땠나.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줬다고. 또한 연기적으로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면.
▶막국수, 가오리찜, 닭갈비, 삼겹살을 항상 사주셨다. 많이 붙는 신이 없었지만, 연기 방면으로는 믿어주셨다.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사실은 그것보다는 스타가 되었을 때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다.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구나' '멋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항상 다닐 때 미소 짓고 인사해주시고, 스태프 신경 많이 써주시고, 이름도 다 외운다. 또 단호할 때는 단호하시다. 강강약약 같아서 멋졌다.
-소속사 대표(타이거JK)는 칸 영화제에 참석할 때 어떤 격려를 해줬나.
▶내가 칸에 갔을 때는 즐기라고 해주셨다. 이 순간을 즐기라고, '제가 잘해서 칸에 온 것도 아닌데요'라고 하니까 '야 즐겨' '누가 잘해서 왔대 상관없어'라고 하셨다. 이번에 영화 보고 나서 울지는 않았고 너무 재밌어서 좋았다며 즐거워하셨다.
-가수 활동 할때 눈 밑에 점을 찍는데 배우 활동에서는 찍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수할 때는 저를 확 발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적당하게 억누른다. 보여줄 것은 보여주고, 숨길 것은 숨기고 있다. 점을 찍으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분위기를 뛰우려고 한다. 점이 없을 때는 그림자 사이로 사라지는 기분이다.
-가수 비비의 이미지도 있는데, 배우 김형서로서 또 다른 이미지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나.
▶가수 활동을 하는 것도 연기를 하는 것처럼 했다. 노래 '비누' 이후로 나의 이야기를 가사에 쓴 적은 없다. 타인의 삶을 훔쳐본 이야기다. 앨범 '누아르' 등도 콘셉트를 연기하는 느낌으로 했다. 오히려 예능 나갈 때 압박감이 심했다. 매 예능마다 다른 식으로 연기했다. 하나만 보신 분들은 저를 한가지 면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단편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 대해 자신할 수 있다. (보여지는 게) 일부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복잡 미묘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두렵지는 않다.
-가수, 예능, 연기까지 올라운더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진짜 열심히 하고 남은 여생을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또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했다. 집 3채를 사서 건물주가 되는 게 목표다.(웃음) 경제적인 자유를 찾으면 세상을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
-지난해 공개적으로 다이어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지금은 괜찮나.
▶바쁘긴한데 훨씬 나아졌다 그때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고 있었다. 그때 트리거가 된 게 바빠서 잠을 잘 못잤다. 3~4시간 자고 일어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돈으로 행복을 못 산다고 하는데,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있다. 하지만 돈으로 슬프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사지 못한다. 못 먹고 못 자니까 통장 잔고에 얼마가 찍히는지 안 보였다. 이제는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화란'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지난해 그런 일로 걱정을 끼쳤는데 이제는 행복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안정이 됐고 행복해졌고 성숙해졌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연기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지금은 좋게 잘 봐주시고 있는 것 같다.
-가수로서 파격적인 가사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연기에서도 욕심나는 부분이 있나.
▶그간 조폭, 약쟁이, 직업 여성,양아치 이런 역할만 들어왔다. 성격이 나쁘게 생겨서 그런 게 들어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평범한 것을 시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