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배우들이 총집결한 대작 '지구 위 블랙박스'가 고퀼리티의 기후 위기 세계관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9일 오후 처음 방송된 KBS 공사창립 50주년 대기획 KBS 2TV '지구 위 블랙박스' 1화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오픈됐다. '지구 거주 불능' 선포 이후 홀로 지구 데이터 센터인 '블랙박스'에 남은 윤(김신록 분)과 AI 러스(고경표 분)가 인류의 지구 귀환 결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2023년 최정환과 윤도현이 각각 남극과 동해에서 촬영한 기후위기 콘서트를 통해 지구의 기후 회복이 가능했던 마지노선 2023년을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러닝타임 내내 강렬한 충격을 이어갔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윤(김신록 분)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시작됐다. 블랙박스 센터에 온 지 777일을 맞이해 딸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던 윤은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황급히 영상편지를 중단하고 문제를 확인한다. 러스(고경표 분)에 따르면 방해물로 인해 차폐막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
이때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확인한 윤은 방해물의 존재를 확인한 후 89도가 넘는 뜨거운 기후로 황폐화된 지구에 위태롭게 탄생한 아기 새소리에 반가워하면서도, 이를 기록에 남기기 위해 황급히 카메라를 꺼낸다. 하지만 강한 모래 폭풍이 오자 러스는 윤이 다칠 것을 염려해 폭풍이 멈추면 확인하라고 조언하지만 윤은 손등이 화상을 입으면서도 기어이 아기 새를 카메라에 담아내며 인류가 지구에 돌아올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때 방공호로부터 5차 연간 보고 요청이 도착하자 윤과 러스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수치 상 지구는 변한 것이 없는 상황. 이에 러스는 "2023년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던 마지막이었다는 연구 보고 결과가 있었어"라고 전하자 그 당시가 궁금해진 윤이 2023년의 뮤지션들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꺼내 확인한다.
최정훈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다큐멘터리. 약 190시간 18분 만에 힘겹게 도착한 남극은 2023년 지구 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대지가 드러나기 시작한 상황. 최정훈은 자신이 생각했던 남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변해버린 남극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다. 기후 변화로 위기를 맞이한 남극의 현재 모습을 위로하고 경각심을 갖기 위한 콘서트를 준비하는 최정훈. 그러나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빙하의 천둥 같은 소리에 최정훈은 충격을 받으며 "이런 현실을 잘 전달해 드려야겠다"라며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던진 채 청아한 목소리로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부르며 감동을 선사했다.
윤은 2023년 자연재해에 관한 우려가 담긴 뉴스를 늘 못 본 척하며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방관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잃었다.
뒤이어 영상에는 우리나라의 푸른 동해 바다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상에 빠져들던 윤은 "저 길 알아, 지금은 소멸되었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전한다. 이어 "바닷물이 모래통에 삼켜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모습에 매일 방에 물이 들어차는 악몽을 꾸며 늘 초조함과 불안감에 살았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기후 위기로 겪었던 끔찍했던 기억들을 상기시켰다.
이어진 영상 속에는 윤도현이 동해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입 금지 표시의 도로를 마주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동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달려온 길 끝에 해안 침식으로 최근 사라져버린 길이라는 설명과 함께 심각한 현실을 두 눈으로 목도한 후 충격에 휩싸인 윤도현은 "무서운 메시지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동해를 배경으로 물이 차오르는 수조 속에서 '흰수염고래' 콘서트를 펼친다.
2023년 기록된 동해의 모습을 본 윤은 "나는 해변의 바다라도 봤지"라며 더 이상 넓고 아름다운 바다를 딸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다. 러스는 윤을 위해 모녀가 노을 속 바닷가에서 뛰노는 그림을 선물하고 윤은 "평생 간직해야겠다"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내며 폭풍 오열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함께 울렁이게 했다. 이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며 격한 공감을 끌어올렸다.
한편 윤은 인류 귀환에 대한 5차 연간 보고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 윤은 "만약 그때 내가 뭘 했다면 바뀌었을까", "그때도 이미 모든 게 늦었다고 했거든"이라며 깊은 고민에 빠진 후에 "아직은 지구가 우리를 받아줄 마음이 없다"라고 말하며 인류 지구 귀환을 거절한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기후 위기 세계관에 김신록과 고경표의 화면을 꽉 채우는 밀도 높은 연기력, 최정훈과 윤도현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콘서트 현장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한편 KBS 공사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는 거주 불능 상태인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의 유일한 기록자(김신록, 박병은, 김건우)가 2023년의 뮤지션들이 남긴 '기후 위기 아카이브 콘서트' 영상을 발견하게 되는 스토리다. 2화는 오는 16일 오후 9시45분에 만날 수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