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탄탄한 마니아 층을 가진 대만드라마 '상견니'를 국내에서 새롭게 리메이크한 '너의 시간 속으로' 만의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극본 최효비/연출 김진원, 이하 '너시속')는 지난 8일 12부작 전편 공개됐다. '너시속'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돌아가 남자친구 구연준(안효섭 분)과 똑같이 생긴 남시헌(안효섭 분) 및 친구 정인규(강훈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다.
넷플릭스가 자체 집계하는 글로벌 톱10 TV 프로그램 비영어권 차트에 따르면 '너시속'은 9월 첫주(9월4~10일)에 140만뷰와 176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7위에 올랐다. 9월 둘째 주(9월11~17일)에는 160만뷰와 3650만 시청시간으로 4위에 오르는 등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너시속'은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방영된 '상견니'에는 배우 커자옌(가가연), 쉬광한(허광한), 스보위(시백우) 등이 출연했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끈 후 중국, 한국, 홍콩 등에서도 방영됐고, 국내에서도 '상친자'(상견니에 미친자) 신드롬을 이끌 만큼 마니아 층을 끌어모았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된 '상견니'는 지난 1월25일 국내에서 개봉했으며, 주연 배우 쉬광한은 수차례 내한해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너시속'은 남녀주인공이 타임리프를 반복하며 몇십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서로를 만나는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극 초반부터 농도 짙은 준희와 연준의 애절한 사랑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풀려가는 타임리프의 미스터리는 준희와 시헌의 깊은 인연에 개연성을 더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10~12화까지는 그간 얽혔던 인물들의 미스터리가 풀어지는 휘몰아치는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너시속'은 마니아 층이 탄탄한 '상견니'를 원작으로 하기에,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그럼 비슷한 점과 차이점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배우 안효섭, 전여빈, 강훈의 '너시속'은 각회 약 90분씩 총 13부작인 '상견니'를 평균 60여분의 총 12부작으로 압축해 전개 속도를 높였다. 준희가 타임리프를 시작하고, 과거의 시헌을 만나는 장면이 비교적 빨리 등장하며, 초반부 준희와 연준의 서사는 군더더기 없는 중요한 장면들만 남는다.
또한 '너시속'은 세 사람의 우정보다는 준희와 시헌, 인규와 민주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상견니'의 명장면인 빗속을 뛰는 장면은 커자옌, 쉬광한, 스보위 세 사람이 뛰어가는 등 원작은 세 사람의 관계와 우정에 큰 비중을 뒀다. 하지만 '너시속'에서 빗속 장면에는 시헌이 뛰어가는 준희의 뒷모습을 바라 보고,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모습이 담긴다. '너시속'은 '상견니'의 명장면을 셋이 아닌 둘을 통해 보여주며 로맨스에 보다 집중한다.
'너시속'을 통해 가장 새롭게 탄생한 인물은 안효섭이 분한 남시헌, 구연준이다. '상견니'가 여자 주인공 황위쉬안(커자옌 분)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었다면, '너시속'은 남시헌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상견니' 속 리쯔웨이(쉬광한 분)은 고등학생의 풋풋함이 돋보이는 장난기 많고 친숙한 느낌의 인물이었다면 '너시속' 속 같은 인물인 남시헌은 보다 어른스럽고 성숙하게 그려진다.
'너시속'은 '상견니'보다 복잡한 타임 리프를 쉽게 풀어내 이해도도 높였다. 세상을 떠난 연인이 너무 그리워 타임리프를 하면서 시작하는 '너시속'은 총 4번의 타임 리프를 하며 1998년과 2023년 두 시간을 오고간다. '상견니'에는 복잡한 타임리프 반전이 공개되기 전 드라마가 이해되지 않는 구간이 존재하지만, '너시속'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준희의 타임 라인을 비교적 깔끔하게 그려냈다. 또한 시헌과 연준이 만나 타임리프 비밀이 밝혀지는 9화 공항 장면은 12회 대본 수정 작업을 거치며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다.
이처럼 '너시속'은 큰 줄기는 원작 '상견니'와 함께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별점을 두며 너무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새로운 리메이크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너시속' 연출을 맡은 김진원 감독은 최근 뉴스1에 "전체적은 길이로 보자면 원작에 비해서 몇시간 분량을 덜어냈다"라며 "그러다보니 타임 슬립을 하는 주체인 시헌과 준희 메인 서사에 좀 더 포커싱을 맞추게 됐는데, 많은 사건과 이야기가 있지만 극의 중심은 돌고 돌아서 만나는 시헌과 준희의 로맨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원작 자체의 감정이 섬세해서 리메이크에서도 그 감정의 결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촬영을 하며 섬세한 감정의 폭에 맞는 장면들을 찾아갔다"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