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파트값이 전고점에 거의 다가선 가운데 매물이 폭증하고 있다. 처음으로 7만건을 돌파한 이후 조금씩 늘더니 이제는 7만5000건대를 바라보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호가 차이가 벌어지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단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매물 증가를 집값 하락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3일 아파트 실거래가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4725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달 29일 7만118건으로 사상 첫 7만건을 넘어선 이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6만9167건을 기록했다. 한달여 만에 5000건 이상 늘어난 셈이다.
경기도 아파트 매물도 지난 8월 22일에는 12만2304건을 기록한 뒤 조금씩 늘어 9월 23일에는 13만1507건으로 증가했다. 인천도 8월에는 매물이 2만대 후반 이었으나 9월에는 3만건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매물 증가를 놓고 2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고점에 집값이 근접하면서 매수자들이 주춤하고 있어서다.
서울 마포구의 경우 국민평형이 20억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이달 초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8개월 만에 3억원 가량 오르며 전고점인 20억원에 근접했다. 이 외에 주요 지역에서 전고점의 90%에 근접하는 거래가 나오고 있다.
매물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으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우선 거래량이 여전하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23일 기준으로 3765건이다. 전달(3590건)을 이미 추월했으며 남은 신고기한을 고려해 볼 때 38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9월에는 23일 기준 1273건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 8월 거래량도 9861건이다. 남은 기간을 감안해 보면 1만건을 소폭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9월 거래량도 현재 4055건을 기록하고 있다.
신고가도 여전하다. 직방 조사에 의하면 올해 8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10건 중 1건은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신고가 비중이 두 자릿수를 회복한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매도자들이 집값이 오를 때 갈아타기를 위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설명이다.
통상 매물이 늘면 매도호가도 떨어져야 하는 데 현장에서는 그런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D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예전보다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매수자들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심리가 커졌고, 매도자들은 연초에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아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괴리가 큰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가격이 올랐을 때 처분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 같다”며 “아울러 나온 매물이 어느 가격대에 나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데 매수자들이 매도호가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단 매물이 늘면서 호가는 안 떨어질 것으로 보여 소강국면이나 정체상태를 보일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