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강동원(42)이 오컬트 장르물로 다시 돌아온다. 유쾌하면서도 사연을 지닌 천박사로 분한 그는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 등과는 또 다른 매력을 자신하며 추석 극장가를 저격하고자 한다.
강동원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쇠: 설경의 비밀' 인터뷰를 진행, "우리 영화는 좀 더 가볍고 쉽게 볼 수 있다"라며 "요즘 시대에 맞는 영화 느낌이고, 시나리오가 재밌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후렛샤, 김홍태 작가의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한다.
천박사로서 영화를 이끌어 가는 강동원은 "그래도 허준호 선배님도 계시고 내 주위에 (이)동휘도 있다"면서도 "극 스토리는 내가 다 끌고 갔어야 해서 부담이 없진 않았는데 영화를 많이 찍어보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부담감은 예전보다 덜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이젠 완급 조절을 잘할 수 있지 않나, 그걸 노력했고 내가 잘해야 다른 분들도 그 안에서 더 잘 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천박사의 매력에 대해 "천박사가 처음 등장해서 가짜 굿할 때의 모습이 천박사의 표면적인 모습이라면, 이후 유민(박소이 분)을 만나 진짜 악령을 접했을 때가 본모습으로 바뀌는 순간인데 그게 천박사의 매력인 것 같다"라며 "영화에서 '사기꾼인 척 사기를 치고 다니냐'고 하는데 그게 중요한 대사다, 천박사 캐릭터를 심플하게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과의 호흡을 맞췄다. 그는 "신인 감독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보니까 연출부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진행이 빠르더라"며 "진행이 되게 스무스했고 본인이 계획한 걸 못 찍는 걸 못 견뎌해서, 항상 자기 비전이 있는 분이고, 애니메이션 출신이라 그런지 그림 자체가 머리에 있어서 찍기 수월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투는 박찬욱 감독님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연상호 감독님 조감독, 장준환 감독님 스크립터도 해서 좋은 감독님들한테 잘 배운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강동원의 클로즈업 샷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 본 느낌을 묻자, 그는 "이제는 영화 보니까 세월이 묻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며 "앞으로 새 역할도 잘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 나잇대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제 나잇대로 보이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 성인, 아저씨 같은 느낌이 덜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성숙해 보이고 아저씨 같은 느낌이 있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그는 올해 배우 활동 20주년을 맞았다. 그는 "예전부터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고, 이제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생각해 보면 연기 수업 3년 하고 데뷔를 했는데 그래도 부족한 지점이 너무 많았고, 지금도 부족한 지점이 많지만 20년을 넘게 하다 보니까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더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어떤 힘든 신이 와도 긴장하지 않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표현해보고 어떤 디렉션이 들어와도 고민 없이 하게 된다"며 "경험이 너무 많이 쌓여 왔고, 이제 20여 편씩 영화를 찍으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하다 보니 경험이 중요한 것 같더라, 예전엔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하게 된 것 같다, 데뷔 때 인터뷰에서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자' 하면서 했던데,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며 웃었다.
이처럼 40대에 접어든 강동원은 "또래 친구 프로듀서나 감독님들과 가끔 얘기하는데 갈수록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 그게 너무 좋더라"며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선이 있어도 자연스럽고, 디렉션 주면 바로 바꿀 수 있는, 그런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자유로워지니까 무엇을 해도 재미있다"고 했다. 또 그는 "요즘엔 집에 잘 안 있어서 길에서 잘 돌아다니고 그런다"며 "난 프라이빗한 사람인데 가정사까지 알아야 할까, 그냥 개인의 취향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물에서 활약해 온 강동원은 상대적으로 멜로 장르는 잘 보여주지 않았던 터다. 흥미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아니고 멜로 영화도 좋아한다"라며 "그런데 멜로가 진짜 힘든 게 판타지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지는 못하니가 표현하기 쉬운데, 드라마나 멜로는 모두가 다 아는 감정이라 그렇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현실에 닿아 있는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예전에 멜로를 해보자며 시나리오 작업도 했는데 답이 안 나와서"라고도 덧붙였다.
끊임없이 작품을 선보이며 '열일' 중인 강동원은 "배우는 자기 세계에 갇히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정말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뉴스도 많이 보고, 현실감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연예계 쪽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소통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친구들도 현실적인 사람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 있는 게 즐겁고, 예전엔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고 오늘은 어떻게 해볼까 생각하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