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로맨스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세운 영화 '차박- 살인과 낭만의 밤'(감독 형인혁, 이하 '차박')은 그룹 god의 래퍼 데니안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차박- 살인과 낭만의 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행복한 부부 수원과 미유가 결혼 1주년을 맞이해 떠난 둘만의 낭만적인 차박 여행에서 낯선 누군가의 등장으로 악몽 같은 사건을 겪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연출자인 형인혁 감독은 이 영화로 데뷔했다. 설레는 마음, 떨리는 마음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그는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과 동고동락하며 열심히 만든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 행복하다"며 웃었다.
'차박'은 제8회 포틀랜드 호러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김민채가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러시아 국제호러액션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마켓을 통해 소개된 뒤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그 덕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에서 개봉도 확정했다.
십대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형 감독은 한국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기반 혹은 인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버클리 음대 작곡과 출신인 그는 미국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LA 할리우드에서 배우 및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영화와 관련한 여러가지 일을 하고 배웠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군 복무 문제 등으로 귀국한 그는 국방의 의무를 마친 뒤 오래 함께 해 온 동료들과 영화사 오픈시네마를 열었고, 그렇게 감독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던 차에 '차박'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
"2년 정도 타이거 스튜디오와 함께 일하면서 기획력이 탄탄한 회사라고 생각해왔어요. SBS PD 출신인 김영섭 대표님이 오래 한류 콘텐츠를 하시면서 쌓은 내공이 있으시니까요. '차박 '시나리오 원안을 받고 두 달 정도 각색을 했어요. 저와 영화사를 창업한 동료 이현오PD님과 송은결 작가님이 함께 했고, 시나리오를 쓰신 이도 작가님의 반점 넘치고 스릴 넘치는 각본으로 저희 셋이 머리와 마음을 맞댔죠."
'차박'의 제작사인 타이거 스튜디오와 만난 계기는 흥미롭다. 취업정보 사이트를 통했단다.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나리오 작가 모집 공고에 응했고 '차박'의 감독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신생 창업한 영화사이다 보니까 많은 분들을 알지 못하고, 연결고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취업정보사이트에서 시나리오를 찾는 회사들을 찾아봤어요. 타이거 스튜디오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시나리오를 모집하고 있더라고요. 몇가지 기획을 준비해서 대표님을 만나뵀는데 그게 계기가 돼 대표님과 일을 하게됐죠. 지금까지 만든 단편 영화와 미국에서 만든 TV드라마 파일럿을 보시고 제게 '차박'이라는 시나리오 원안을 보여주시면서 연출을 제안해주셨어요."
'차박'은 예산이 3억원 정도인 저예산 영화다. 그러나 스태프들의 면면은 출중하다. 특히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음악은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손을 거쳤다. 버클리 음대 동문이자 미국에서 여러 편의 TV시리즈와 단편 영화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가브리엘 토라도 토본과 tvN 드라마 '도깨비'의 OST '뷰티풀'(Beautiful)로 사랑받은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송우진 작곡가, 가수 조현아 등이 OST에 함께 한 뮤지션들이다. 더불어 가수 출신인 주연 배우 데니안도 영화 속에서 노래 솜씨를 뽐낸다.
"우리는 작은 영화지만 글로벌하게 하자는 게 김영섭 대표님과 얘기했던 목표였어요. 그래서 스태프 구성에도 외국인이 있죠. 가브리엘 토본 작곡가도 그렇고 미술감독님도 미국에서 오셨어요. 예산은 작지만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가브리엘과는 학교 다닐 때 과거에 같이 밴드를 했었어요. 그 친구는 영화 음악을 하고 저는 작곡 공부를 했었었죠."
주연 배우로 데니안을 캐스팅한 것은 감독의 의지가 강했다. 형 감독은 god의 팬이기도 했지만, 직감적으로 데니안이 이 영화 속 남자주인공 수원을 잘 연기할 것이라고 느꼈다. 함께 작업하며 데니안에게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명작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속 니시지마 히데토시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실제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영화 '샤이닝'과 더불어 감독이 데니안에게 촬영 전 감상을 제안했을 정도로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이었다.
"데니안은 god 노래 중에서도 항상 서정적이고 감성에 호소하는, 감히 표현하자면 영혼이 있는 파트를 불렀던 사람이에요. 영화 속에서 아내를 지켜주고자 하는 수원의 감성과 그런 이미지가 맞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직감적으로 저는 딱 왔어요. 그리고 만나뵙고 시나리오를 읽어주시고 리딩을 하면서 확신했어요. 결과적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데니안과는 칸 영화제에 함께 참석하며 더 돈독한 우정을 나눴다. 칸 영화제 참석은 급하게 정해진 것이라 준비가 부족했고, 그 덕에 두 사람 모두 소소한 어려움들을 겪었지만 이제는 함께 한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저희가 국내 배급사보다 해외 배급사가 먼저 결정됐어요. 해외 배급사에서 주최하는 '차박' 소개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저와 데니안 배우님이 갔는데 일정이 길지 않았어요. 그런데 행사장에서 만난 해외 제작자 분들이나 마켓 참여하는 분들이 여러 행사에 저희를 초대해주셨고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한국영화의 밤에 저희를 초대해주셔서 체류 기간이 길어져버렸죠. 양말도 없고 거기 양말 파는 데도 없고 그래서 양말을 빨아서 신는 에피소드가 있었죠.(웃음)"
어린 시절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를 접한 뒤부터 영화 감독을 꿈꿨던 형인혁 감독은 LA에서 만나 영화에 대해 가르침을 받기도 한 독립영화계의 거장 맷 심버(Matt Cimber)을 가장 닮고싶은 감독으로 꼽았다.
"맷 심버 감독님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평생 이 일을 해오셨고, 많은 작품을 해오셨어요. 자신이 오래 전에 만든 예술 영화를 할리우드 극장에서 몇십년 만에 재상영하는데 영화관 입구 난간에 기대서 혼자 감상에 젖어 계시는 모습을 봤어요. 진심을 다해 많은 작품을 만든 감독님의 모습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LA에서 '차박' 시사회를 할 때 오셨었는데 '자랑스럽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어요."
'차박' 이후에도 형인혁 감독은 타이거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여러 프로젝트에 도전할 생각이다.
"저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지만 재밌는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충전을 받아요.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나 '침착맨' 같은 것들을 보면서 힘을 얻죠. '차박'은 물론 공포 영화고 스릴러 영화지만 재밌게 보시고 이 영화를 통해 에너지를 얻으시길 바라요. 그런 부분에서 꼭 와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차박-살인과 낭만의 밤'은 지난 13일 개봉해 극장 상영 중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