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왜 가시냐" 답 못하는 승객의 수상한 가방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오후 4시 50분께 운행 콜을 잡았다. 전북 남원에서 대전으로 가는 장거리 운행 요청이었다. A씨는 들뜬 마음에 호출 앱이 지정한 출발 위치인 남원시 동충동으로 서둘러 차를 몰았다.
흔치 않은 장거리 호출에 딸뻘보다도 어린 손님 B씨와 말벗을 자처한 A씨는 반갑게 “대전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다. 해당 질문에 B씨가 답이 없자 A씨는 “무슨 일로 대전까지 가시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때 A씨는 B씨 옆에 놓인 수상한 가방을 보게 됐다. A씨는 B씨와 가방을 번갈아 바라보며 “학생, 나쁜 일로 가는 거 아니죠?”라고 다시 물었다.
갑자기 문 열고 택시 내리려는 승객, 지구대로 데려가
A씨는 2년 전 과거 남원에서 순창으로 향하는 보이스피싱범을 태웠다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경험을 떠올리며 B씨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답 없던 B씨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문을 열고 택시에서 내리려고 했다.
이에 A씨는 곧장 차 문을 잠그고 인근 지구대로 향했다. 지구대에서 나온 경찰관들은 A씨의 말을 듣고 B씨가 가지고 있던 가방을 확인했고, 그 안에는 예상대로 2000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 '표창장'
조사 결과 승객 B씨는 광주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고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 또한 현금을 건네받기 위해 조직에서 앱을 통해 호출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적극적인 대처로 범죄를 예방한 A씨에게 표창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다.
A씨는 “예전에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었다는 후회와 죄책감을 계속 갖고 있었다”며 “이번에는 수거책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하고 한편으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김철수 남원경찰서장은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에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의 관심으로 또 다른 범죄를 막았다”며 “A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앞으로도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B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현금 수거를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