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원 원태성 기자 = "목욕탕에서 휴대폰을 방수팩에 넣고 사용하더라고요. 사진이라도 찍을까 불안했죠."
1~2주에 한 번씩 서울 은평구의 동네 목욕탕을 방문한다는 20대 직장인 임모씨. 그는 얼마 전 욕탕 안에서 찝찝한 경험을 했다. 방수팩 안에 스마트폰을 넣고 사용하는 사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불법 촬영하다 적발된 사람들이 생각나 목욕 도중에도 너무 신경 쓰였다"며 "그날 이후로는 욕탕에 들어가기 전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도 최근 유사한 경험을 했다. 자주 가는 헬스장 옆 목욕탕이 있어 애용한다는 김씨는 "운동 인증을 목적으로 탈의실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다"며 "항의했다가 예민하다고 생각할까봐 말도 못꺼냈다"고 하소연했다.
목욕탕과 샤워실 등 민감한 장소에까지 휴대폰을 지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업주들은 휴대전화 사용 단속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최근 공공장소에서 불법 촬영 범죄가 연달아 터지며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불안한 손님들 떠나갈까…업주들 "안내문 써붙이거나 직접 제지하기도"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촬영을 걱정하는 손님들이 늘면서 업주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불안해하는 손님이 많기도 하고, 범죄가 실제로 일어나면 영업에 지장이 갈까 목욕탕 내 휴대전화 사용 및 반입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목욕탕과 샤워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불법 촬영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 수원의 학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또래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은 10대 남성이 검거됐다. 대전의 한 대중목욕탕에선 여장 후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 내부 영상을 찍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B씨는 "카메라 기능을 켰다면 모를까 모든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진 않는다"면서 "혹시 몰라 휴대폰을 꺼내는 손님이 있으면 유심히 지켜본다. 손님이 많지 않고 업장이 작으니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건강을 위해 목욕탕과 수영장을 즐겨 찾는다는 50대 김모씨는 "얼마 전 탈의실에 '내부 휴대폰 사용 금지'라는 안내문이 크게 붙었다"면서 "엔데믹 이후 다중이용시설 이용자가 늘어나니 미리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최근 업무 때문에 사우나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세신사가 제재한 경험이 있다"며 "민감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급한 일이 있으면 밖에 나와 휴대폰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업주 재량에 의존 '한계'…제도적으로 '사용금지' 필요
하지만 이같은 휴대폰 사용 단속이 업주의 재량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30대 손모씨는 "목욕탕에 갈 때마다 주인에게 휴대폰 사용 금지 여부를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타인에게 벌거벗은 몸을 보여주는 장소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 규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다중이용시설 등록 유무, 업장 크기와 관계없이 현장에서 불법촬영 등이 적발되면 성폭력처벌법상 이용촬영 등 혐의로 처벌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감시 및 안내 등을 통해 불법촬영 여지가 있는 행위 자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