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6개월. 한 연인이 원수가 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피고인이 돼 법정에서 만났다. 그리고 한 명은 징역 8개월, 한 명은 벌금 300만원형에 처했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사소한 의심이었다. 이모씨(27·여)는 자신의 연인인 안모씨(32·남)가 바람을 핀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씨는 2021년 10월 인터넷으로 GPS 차량용 위치추적기를 구입해 안씨의 벤츠 차량 뒷좌석 문 쪽에 설치했다.
위치추적기는 하루 만에 회수됐지만,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2022년 1월 안씨는 이씨가 자신의 집에서 잠든 틈에 이씨의 휴대폰을 몰래 훔쳐봤다. 평소 이씨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모습을 봐둔 터. 이씨 휴대폰에서는 자신의 나체 사진이 발견됐다. 안씨는 해당 파일이 발견된 폴더 전체를 지웠지만 찜찜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다음날에도 안씨는 이씨 휴대폰을 몰래 풀고 카카오톡 기록을 살펴봤다. 그러던 중 이씨가 친구와 나눈 대화를 보던 중 자신이 위치 추적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다툼이 시작됐다.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이씨는 주먹으로 안씨의 머리를 때리고 손톱으로 할퀴었다. 안씨 역시 이씨를 바닥으로 넘어뜨렸고, 발로 이씨 종아리를 밟았다.
싸움은 더욱 과격해졌다. 이씨는 안씨가 방으로 도망가자 식기를 깨트리고, 칼을 들고 "죽여 버린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안씨는 전치 2주, 이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결국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상해, 재물손괴, 특수협박 혐의, 안씨는 상해, 전자기록 등 손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잘못을 부각했다.
이씨는 징역 8개월, 안씨는 벌금 300만원형의 선고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김동진 판사는 "남자친구인 피해자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설치해 그 동선을 탐지하고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방법으로 피해자 프라이버시권을 상당한 수준으로 침해했으며, 이 같은 행위가 발각돼 다툼이 발생하자 오히려 극단적인 양상의 폭력 범행을 먼저 감행했고, 칼을 사용해 특수협박죄 등 범죄 행위를 이어갔다"며 이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안씨에 대해선 이씨가 위치추적기를 설치해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 싸움이 벌어진 뒤 이씨가 칼로 공격한 점 등을 들어 안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어 참작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서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남았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