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압구정역 인근 인도로 돌진한 롤스로이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피해자 측이 운전자 신모(28)씨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 4명을 고소·고발한 가운데 이 병원에서 또 다른 환자도 비틀대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압구정역 인근의 해당 병원은 신모씨가 사고를 낸 당일 수면마취제 등을 2회 연속 맞은 곳이다. 경찰은 신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해 준 이 병원을 상대로 불법 투약 여부를 집중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14일 JTBC는 해당 병원에서 신씨가 아닌 또 다른 환자가 비틀대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일 병원 앞 CCTV에는 오후 7시쯤 한 여성이 해당 병원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성은 병원이 문을 닫는 시간을 지나 오후 10시가 넘어 나왔다.
여성은 병원에서 뭘 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치료는 안 받았다. 원장님하고 친해서 수다 좀 떨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성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발음도 어눌했다. 여성은 이 상태로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곧바로 출발했다.
이 여성은 이틀 전인 7일에도 오후 10시가 넘어 비슷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병원에서 나온 여성은 느릿느릿 한 걸음으로 무단횡단을 한 뒤 차에 올랐다.
병원 주변 상인들은 매체에 해당 병원에서 비틀대며 나와 넘어지거나 하는 사람을 자주 봤다고 전했다.
경찰은 병원을 수사선상에 올려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처방했는지 또 치료 목적이라도 과다하게 투여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또 신씨가 다녔던 근처 병원들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2일 오전 10시쯤 해당 의원에서 피부 시술을 받던 중 수면유도제와 신경안정제 주사를 함께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부 시술을 받은 신씨가 두시간 뒤인 12시쯤 깨어난 뒤 다른 시술을 더 받겠다고 밝히자 병원은 수면유도제와 신경안정제에 피로회복제를 넣어줬다고 한다.
신씨는 같은 날 오후 8시5분쯤 비틀거리며 병원을 나와 운전대를 잡은지 5분만에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치어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 A씨는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한편 피해자 A씨 측은 가해자인 신모 씨에게 마약류 약물을 처방한 압구정역 모 성형외과 의사를 포함해 의사 4명을 고소·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