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몸담았던 탈퇴자 A씨가 기자에 호소한 말이다. A씨에게서 ‘JMS 신도들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방송 이후 사람들은 JMS 신도들의 대규모 탈퇴를 예상하고 있지만, 탈퇴자의 생각은 달랐다. 탈퇴자는 경험담을 들어 “여전히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추측했다.
'나는 신이다'로 무더기 탈퇴?.."여전히 못 나올 것"
JMS 한 센터의 전도사 자리까지 올랐다가 3년 전 탈퇴한 A씨는 JMS를 못 나왔던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외부와의 차단’을 꼽았다.
A씨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20년을 JMS에서 활동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정명석의 성폭행 사실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명석이 “지옥 간다”, “영혼이 총 맞는다” 등의 이유를 들며 미디어와 외부 자료 등을 접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정명석이 성폭행으로 감옥에서 복역했을 때도 구체적인 범행 내용은 접하지 못했다. 주위에서 관련 얘기를 들었을 때도 내부에서 “정명석 총재님을 시기 질투하는 세력들의 모함이다” 등의 말로 신도들의 시선을 돌렸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A씨는 “여전히 JMS 내에 신도들은 미디어를 차단한 채 세상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신이다’ 방송도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명석 옥살이에 "돈 뜯어내려는 여신도들의 모함" 세뇌
A씨는 또 방송을 시청한 신도가 있더라도 이미 세뇌된 정명석에 대한 신격화된 이미지가 단시간에 깨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JMS에 들어가면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교리 공부를 한다. 그동안 정명석에 대한 신격화가 이뤄진다. 동시에 정명석은 매일 아침 기도 영상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때마다 부서별로 성경을 가르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신도들은 서서히 세뇌당하게 된다.
내부 고위급들은 정명석이 징역을 살게 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여신도들이 돈을 뜯어내기 위해 무고한 정명석 총재를 모함하고 있다”, “그분은 시대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고 감옥에 계시면서 사탄 마귀를 싸워 이겼고 사람을 구원했다” 등의 논리로 신도들을 끊임없이 세뇌했다.
"영적인 사랑이라면서 왜 만져?" 지인 성폭행 듣고 '충격'
A씨가 ‘무언가 이상하다’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던 건 가까운 지인이 성폭행 당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관련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헛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지만 지인의 증언은 충격으로 와닿았던 것이다.
A씨는 이때부터 탈퇴자들 중에도 혹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서너명의 피해 사실을 직접 듣게 됐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신앙스타’ 혹은 ‘월성’이었다. ‘신앙스타’는 결혼하지 않고 JMS 교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월성’은 나이가 든 신앙스타들의 집단이다. 정명석은 신앙스타나 월성 중 마음에 드는 여신도를 선별해 성범죄를 저질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은 A씨에게 “정명석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얘기하면 지옥 간다면서 협박했기 때문에 선뜻 얘기하지 못했다”라며 더 빨리 말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해했다.
A씨는 “정명석이 항상 ‘나와 사랑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건 ‘영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거였기 때문에 지인들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를 듣고 충격받았다”라며 “피해자들도 ‘내가 배운 건 육적인 사랑이 아닌데 왜 나를 만지지?’라며 충격받았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제야 정신이 들어 정명석의 실체를 보게 됐고 지금까지 교육받았던 교리들도 외부 자료와 비교하면서 허점을 발견하게 되니 탈퇴를 결심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JMS 후배들에게 하는 당부의 말
A씨는 여전히 JMS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시선을 돌려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20년 동안 JMS에 인생 전부를 쏟고 나니까 탈퇴하고 나서는 남은 것 하나 없이 허무하고 적응하기 너무나 힘들었다”라며 “여전히 JMS를 나오지 못하는 신도들은 제발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당신의 인생은 소중하다”라고 호소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