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살인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밀항 시기를 거짓 진술한 조직폭력배가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살인죄로 처벌받게 됐다.
지난 26일 광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994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간 보복 살인 사건(일명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의 주범 A씨를 28년 6개월 만에 붙잡아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1994년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 대낮 조폭 칼부림
‘뉴월드호텔 살인 사건’은 강남 한복판에서 대낮에 발생한 조폭 칼부림 사건으로 당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지난 1994년 12월 4일 오후 전남 나주 조직폭력단체인 ‘영산파’의 조직원들이 자신들의 두목을 살해한 ‘신양파’에 보복할 목적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뉴월드호텔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상대 조직원 등 4명이 찔려 2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건 이후 영산파 조직원 10명이 검거돼 무기징역에서 5~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A씨 등 공범 2명은 1994년 이후 28년간 도주를 이어가 미검자로 남아있었다.
중국으로 밀항했던 A씨는 지난해 갑자기 중국 영사관에 찾아가 밀항 사실을 자백하며 자수해 해경이 서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수사했다.
그러나 서씨는 1994년 살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15년)가 만료된 이후인 2016년 중국으로 밀항했다고 주장했고, 해경은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채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서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공소시효 만료전 중국 밀항..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되면서 처벌 가능
광주지검은 공소시효 만료 이전 밀항 가능성을 의심하고 재수사를 벌여 서씨가 2016년이 아닌 2003년 중국으로 밀항한 행적을 찾아냈다.
해외에 머문 기간 공소시효가 중단됐고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도 폐지된 만큼 검찰은 서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A씨의 추가 기소와 함께 당시 행동대장이었던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55)를 공개수배했다. 정동섭은 1994년 사건 당시 흉기 등을 준비하고 직접 휘두르기도 했으며, 최근 검찰 수사가 다시 시작되자 도주해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각종 추적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아직 정동섭의 정확한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끝까지 추적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