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근무 중 의사 대신해서..." 대학병원 간호사들의 증언

2023.07.25 16:56  
25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부산대병원 불법의료 증언대회'에서 부산대병원 간호사들이 불법의료와 관련해 증언을 하고 있다. 2023.7.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13일차 총파업 출정식'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PA간호사 10년,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순간 떳떳하지 못한 의료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멈추고 싶었습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가 25일 부산역 앞에서 개최한 '부산대병원 불법의료 증언대회'에서 PA간호사로 10년간 근무한 부산대병원 간호사 A씨는 이같이 말했다.

부산대병원 파업이 13일째를 맞은 이날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조합원 2500여명과 노동당 부산시당, 정의당 부산시당, 진보당 부산시당, 금속노조 부산지부, 부산참여연대 등은 총파업 출정식과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의료 근절을 촉구했다.

A씨는 "수술방에서는 수술 어시스트를, 병동에서는 수술환자 드레싱과 각종 배액관 제거, 절개부위 상처관리를 하고, 수술 전날 입원환자들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동의서에 서명을 받고, 집도의 서명까지 제가 알아서 했다"며 "간호사인데 의사가 할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욕을 먹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증언에 나선 병동간호사 B씨는 "당장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사의 말에 의사 대신 용법, 용량을 정해 직접 처방한 경우도 있었다"며 "환자가 호흡곤란이 생겨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인데 오는데 2시간이 걸린다는 당직의사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결국 불법의료로 내몰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간호사 C씨도 "의사 업무인 의무기록지 작성, 투약, 수혈기록, 수행 사인, 처치 수가 입력이 너무나도 당연히 간호사가 하는 일이 돼버렸다"면서 "신규 간호사에게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대리처방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하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부산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간호사 678명 중 599명(90.7%)이 '의사를 대신해 처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처치·채혈 등 의사 업무를 대리한 적 있다'고 답한 이도 80.4%에 달한다. 또 응답자의 55.2%는 '의사 아이디로 접속해 직접 처방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증언대회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부산시민사회단체는 "'인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 '병원의 현실은 그렇다'는 변명이 아니라 부산시민의 입장에서 당연히 의사에게 진료 받아야 할 안전한 진료권을 빼앗긴 것에 부산대병원장은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대병원장도, 부산시도 부산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되는 부산대병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이날 병원 측에 실질적인 조치와 업무시스템 개선 등을 촉구하며 가시적인 조치가 진행되지 않을 시 △보건복지부 차원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교육부·감사원 등의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등 실질적인 개선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산대병원 측은 노조 측의 불법진료 실태 공개에 대해 병원의 모든 진료와 처치는 법률과 윤리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불법 진료행위 금지는 최근 간호법 제정 이슈 때 대한간호협회에서 수만 건을 접수 받아 기자회견에서 밝힐 정도로 대한민국 병원의 공통된 문제"라며 "불법진료 항목규정, PA 합법화, 직군 간 업무분장 등에 대해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인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간 저희 병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병원에서는 '준법진료 TFT'를 활성화해 앞장서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