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주일째 주차장 출구 막아도 왜 손 못대는지 알고보니

2023.07.1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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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1은 격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지난 6월 22일 인천광역시 소재 모 상가의 지하 주차장. SUV 차량 한 대가 지하에서 올라오더니 요금 계산기 앞에서 멈춘다. 차주 A씨가 내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A씨 차량이 주차장 출구를 막으면서 상가에 입주한 상인과 방문객은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6대의 차량은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됐다. 견인을 하려고 해도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건물 내부라, 구청이나 경찰이 강제로 견인할 수도 없었다.

A씨가 차를 뺀 건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29일이다. 그는 건물 관리인과 주차요금을 두고 갈등을 빚자, 항의 차원에서 차를 세워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업무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최근 검찰에 넘겼다.

A씨 같은 '주차장 빌런'은 이전에도 심심찮게 등장해 왔다. 지난 2021년 12월 경기도 양주시 소재 한 아파트에선 한 입주민이 주정차 단속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주차장 입구를 12시간 동안 막았다.

올 2월엔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벤츠 마이바흐와 미니쿠퍼 차량이 지하 주차장 통행로를 막았다. 역시 주정차 위반 단속에 불만을 품고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3월에는 고급 외제차인 롤스로이스 차량이 아파트 입구를 막은 일이 있었다.

차량으로 주차장을 가로막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업무방해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일반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벌금이 선고된다.

지난 2018년 대구에서 주차장 입구를 1시간 동안 막은 40대 남성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300만원의 벌금에 처해졌다. 양주시 아파트에서 12시간 동안 주차장 입구를 막은 차주는 15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벌금도 형벌의 한 종류이므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과기록(범죄 경력자료)이 남는다.

영구 보존되는 범죄 경력자료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임의 조회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다른 사건의 수사나 재판, 공무원 임용 과정에서 조회가 가능해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과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벌금은 납부 2년 후 형이 실효되는 데다 실형보다 처벌 수위가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업무방해나 일반도로교통방해로 기소됐을 경우 '인명 피해'가 없는 한 크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두 죄명 모두 법정형이 낮은 데다, 사람이 다친 게 아니라 처벌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법에는 생명에 대한 피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돼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형사 전문 변호사는 "통상 법원은 사람이 다치지 않는 한 '질서'와 관련한 범죄에 대해선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다"며 "실형을 선고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 빌런'을 실질적으로 막을 제도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21년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차장 출구 5m 이내와 일부 구역을 주차금지 장소에 추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제화에 이르진 못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