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우디 'RS e트론 GT'의 별칭은 아이언맨 전기차다. 지난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e-트론 GT 콘셉트카를 타고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한국 시장에는 2021년 출시됐는데, 기본가격만 2억원을 웃도는 고가의 전기차다. 같은 그룹사 소속인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최근 독일 현지에서 아우디 고성능 전기차 기술의 집약체인 RS e트론 GT을 직접 시승해봤다. 아우디 본사가 있는 바이에른주부터 RS e트론 GT의 생산공장이 있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까지 여러 곳을 오가며 약 1000㎞를 주행했다.
RS e트론 GT을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있는 단어를 꼽자면 ‘일상 속의 슈퍼카’가 떠오른다. 날렵하면서도 낮은 차체 디자인을 채택해 먼 거리에서 RS e트론 GT의 존재감을 뽐낸다. 시승 기간 여러 장소를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독일 시민들은 RS e트론 GT에 큰 관심을 보이며 차량 곳곳을 살펴봤다. RS e트론 GT의 최고출력은 646마력, 최대토크는 84.7kg.m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부스트 모드 사용 시 3.3초에 불과하다.
실제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에 진입해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니 순식간에 계기판엔 시속 251㎞가 찍혀 있었다. 고속에서 직진 안정성과 조향 감각은 매우 뛰어났고, 소음과 진동도 잘 억제시켰다. 한국에 비해 독일의 고속도로 노면 품질이 좋았던 측면도 있지만 아우토반에서 고성능 전기차의 RS e트론 GT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회생 제동으로 인해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고, 때때로 지나치게 되는 공사 구간 등 돌발 상황에서도 민첩한 운전이 가능했다.
또 다른 장점은 시내에서 발휘됐다. 다른 슈퍼카의 경우 승차감이 지나치게 딱딱해 일상 주행이 어려운 차량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RS e트론 GT의 경우 시내에선 요철구간을 지날 때에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줬다. 특히나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의 경우 항상 웅웅거리며 귀를 찢는 듯한 소리를 내는 반면 전기차인 RS e트론 GT는 시내에서도 조용하면서 안락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시내에선 편안한 승차감을, 고속도로에선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 특성상 급가속을 자주 하거나 속도가 높을수록 전기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문제는 아쉽다. 그럼에도 RS e트론 GT의 경우 일상 주행에선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93.4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336㎞, 유럽 기준은 최대 472㎞ 인데, 전비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운전을 했음에도 400㎞ 가량은 주행이 가능했다.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장점이다. 독일 곳곳에 위치한 다임러, 폭스바겐, BMW, 포드, 현대차의 합작 급속충전소 '아이오니티'에서 차량을 충전해봤는데, 약 10여분 만에 배터리 잔량을 30%에서 70%까지 충전할 수 있었다.
특히 아우디는 아이오니티 외에도 유럽 지역에 자체 전기차 충전소인 '아우디 차징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뉘른베르크에 최근 문을 연 차징 허브를 방문해봤는데 소파와 자판기, 화장실이 갖춰진 라운지 시설도 이용할 수 있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