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의료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우회 통로로 헝가리 의대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한 의사 단체가 헝가리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받으면 안 된다고 낸 소송을 법원이 각하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외국대학 인증요건 흠결 확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이다. 본안을 판단한 후 결정하는 기각과는 다르다.
지난해 3월 20~30대가 주축인 공의모는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 졸업생의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해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은 경우, 국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 역시 복지부가 인정하는 해외 의과대학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공의모는 이들 대학이 입학 자격, 입학 정원, 졸업 요건 등에 대한 학칙을 갖추지 않고 있고, 모든 정규 과목의 수업을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며 복지부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외국인의 입학 절차가 학칙에 규정돼 있고, △편·입학시 해당 국가의 언어 사용 능력을 검증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변칙적인 특별반이 없는 외국 대학에만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줘야 한다고 명시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의모는 또 헝가리가 한국 유학생에게 자국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의모는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수련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당하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적법한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소송 각하 결정을 내렸다. 관련법상 행정소송 당사자는 행정기관의 처분에 따른 법률 또는 권리관계를 다투어야 하는데 공의모의 주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행정청의 처분이 원인이 되는 구체적인 법률관계 또는 권리의무를 존재 여부를 (판단)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